▲겉그림
리젬
꽁치의 넓은 치마폭은
최고의 골키퍼!꽁치의 부드러운 치마폭은
공기놀이에 제격! (5쪽)사내인 제가 머리카락을 '길렀다'기보다 '깎거나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둔' 지 얼추 스물네 해쯤 됩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부터 머리를 안 깎았어요. 1990년대 첫무렵 일인데, 그무렵 사내가 머리카락을 짧게 치지 않는 모습을 둘레에서 모두 손가락질했습니다. 게다가 긴머리 사내는 일터에서 면접조차 받아 주지 않더군요.
머리를 기르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다만 한 가지 궁금했어요. 왜 사내는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면 안 되는가?' 하고 묻고 싶었어요. 머리카락을 그냥 두고 싶으면 그냥 둘 자유가 있고, 기르고 싶다면 기를 자유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요새는 지난날처럼 제 긴머리를 보며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이 드뭅니다만 아직 다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직도 '사내 = 짧은머리, 가시내 = 긴머리'여야 한다고 여기는 분이 꽤 있어요.
왜 그럴까요? 왜 사내는 짧은머리여야 할까요? 왜 가시내는 짧은머리이면 안 될까요? 그리고 왜 가시내는 치마를 둘러야 한다는 생각에서 못 벗어날까요? 공공시설에서 뒷간에 붙이는 그림을 보면 가시내한테는 치마를 두르고, 사내한테는 바지를 입혀요. 이런 그림은 참말로 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상징이나 형식이니까 이런 틀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