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밭 가장자리에 심어놓은 노지 참외가 노랗게 여물었다.
유문철
사흘째 풀을 깎고 감자를 호미로 캔다. 감자밭 풀을 다 깎아갈 무렵, 저 멀리서 감자 캐시던 장모님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신다.
"유 서방, 거기 참외 있으니까 먹고 해."난데없이 철 지난 참외 말씀을 하시나 하며 예취기로 풀을 깎는데, 아니 이게 뭐야? 풀 속에 진짜 참외가 있다. 노랗게 익은 큼직한 참외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가만 살펴보니 파란 참외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러고 보니 철이 지난 건 하우스 참외지, 노지 참외는 지금이 제철이다.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배도 출출하기도 해서 예취기를 끄고는 노란 참외 두 개를 땄다. 하나는 어머니 거, 하나는 내 거다.
감자밭 옆 도랑물에 참외를 씻어서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아삭하고 달콤하다. 요새 노지 참외는 거의 없이 하우스 참외뿐인데 바랭이가 어깨까지 자란 감자밭 한 편에서 제 맘대로 자란 참외 맛이 기막히다. 노지 참외를 새참으로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감자 캐는 어머니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