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에 휩싸인 소나무이른 아침 깊은 산속은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운무에 휩싸인 나무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전해준다.
이명수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산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온몸에 땀이 나고 숨이 차고 힘들어서 될 수 있으면 산을 멀리했다.
산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산속에서 노니는 건 순전히 동생 덕분이다. 50세가 넘도록 독신을 고수하는 동생은 달린 식구가 없기 때문인지 무척 자유롭게 산다. 특급호텔 주방에서 오랫동안 요리사로 근무해 갖가지 요리를 척척 만들어 내는데, 음식 솜씨가 좋다.
십수 년 전 호텔을 그만두고 상명대학교 앞에 양식집을 개업했다. 날마다 손님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제발 손님이 그만 왔으면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장사가 아주 잘 되는 그 가게를 2년 만에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뜬금없이 도자기를 배운다고 지방으로 내려가 3년을 보냈다. 그러다가 남양주 축령산자연휴양림 들머리에 '통나무산방'이란 음식점을 차렸다.
인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도로변에 자리 잡은 유럽풍의 통나무집은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제법 운치가 있다. 둥글둥글한 통나무 원목의 굴곡을 최대한 살려 기둥을 세우고 벽을 차곡차곡 쌓았기 때문에 실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있다. 거기에 출입구 양쪽 벽에서부터 곳곳에 도자기 진열장을 만들어 수백 점의 도자기를 진열해 놓아서 마치 도자기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통나무집과 도자기는 썩 잘 어울린다. 동생은 통나무집 옆 빈터에 도자기 굽는 가마와 공방을 설치해 한가할 때는 도자기를 빚는다.
찾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나무산방으로 간다. 차를 기다리고 갈아타는 것까지 따지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 시간은 책 읽기에 아주 좋은 시간이다. 책을 읽다 보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통나무산방에는 항상 술과 음식이 있고 잠을 잘 방도 있으니, 나에게는 최상의 주말 별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느긋하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달빛에 젖어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정취를 한껏 느낀다.
통나무산방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깨어나면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상쾌하다. 오염이 안 된 공기 탓일 수도 있고, 자연 속에서 한껏 여유로워진 내 마음 탓일 수도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산에 갈 준비를 한다. 산에서 붓글씨를 쓰는 취미가 생긴 후로 붓과 먹물은 항상 배낭 속에 챙긴다. 손님 식탁 위에 까는 모조지 전지를 10여 장 둘둘 말아 손에 들고 통나무산방을 나선다.
산에서 노니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