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해고무효확인 소송 승소한 시그네틱스 노동자영풍그룹 전자부문 계열사 시그네틱스 해고 노동자들이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고 있다.
유성호
재판장이 판결문의 주문을 읽었다.
"피고가 2016년 9월 30일 원고들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시그네틱스 노조(금속노조 시그네틱스분회) 조합원들은 모두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쳤다. 다들 일어서서 이겼다는 눈빛을 교환했다. 법정을 나온 뒤에야 조합원들은 "이겼습니다", "축하해요 언니", "고생 하셨어"라고 말하며 서로 껴안았다.
17년째 해고자 신분인 분회장 윤민례(48)씨는 이날 복직 판결로 '3번 해고, 3번 복직 판결'을 기록한 9명의 조합원들에게 리시안셔스 꽃 한 송이씩을 건넸다. 3번째 복직에 무덤덤할 만도 하지만, 많은 조합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 310호 법정 앞은 웃음과 울음이 교차했다.
노조 수석부분회장인 김양순(51)씨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는데 울컥했다. 그래도 정의가 이길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이 투쟁의 길이 잘못되지 않았구나 하는 걸 또 한 번 느꼈다"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서울남부지법 청사를 배경으로 손으로 'V' 모양을 만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3번의 부당해고 소송 1심은 모두 이곳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됐고, 현 조합원들은 모두 이겼다.
이들의 험난한 세월은 2000년 '무노조', '생산 정규직 없는 공장'을 좇는 영풍그룹이 반도체 제조업체 시그네틱스를 인수할 때부터 시작됐다. 앞서 회사는 본사가 있던 서울공장을 매각하면서 파주에 새 공장을 세웠다. 이곳은 사내하청 비정규직들로만 꾸려진 '정규직 없는 공장'이었다. 회사 입장에서 서울공장에 있던 정규직 조합원들은 '정규직 없는 공장'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회사는 규모가 작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안산공장을 세웠다. 조합원들에게 이곳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하지만 고용불안을 예감한 조합원들은 여기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다. 회사는 2001년 인사발령을 거부한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대법원 판결로 복직했다. 조합원들은 안산공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2011년 안산공장이 어렵다며 2차 해고에 나섰고, 조합원들은 다시 싸워 복직 판결을 이끌어냈다. 회사는 안산공장을 팔고 광명사업부를 만든 뒤, 광명사업부가 어렵다며 다시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3번째 해고였다. 조합원들은 다시 법정 싸움을 진행했고, 이날 복직 판결을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