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컴퓨팅' 시대에 사용자의 컴퓨터나 통신기기는 기업체의 컴퓨터에 접속하기 위한 단순 '단말기' 기능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는 정보에 대한 사용자의 권한과 통제력이 사라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이메일,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뿐 아니라, 전자책 같은 단말기도 마찬가지이다. 아마존은 사용자 단말기에서 책을 임의로 삭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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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포털이나 검색 업체가 준 이메일 계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기반 이메일은 흔한 형태의 '클라우드컴퓨팅' 가운데 하나로, 인터넷과 연결된 컴퓨터나 전화기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게다가 무료 계정에 대용량의 저장공간까지 제공해 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영리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인터넷 업체들이 왜 이메일 계정과 저장 공간을 공짜로 줄까? 간단하다. 사용자 정보가 곧 돈이고 권력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컴퓨팅' 환경에서 사용자의 컴퓨터나 전화기는 남의 기계에 등록된 정보에 일시적으로 접속하는 단말기로 전락한다. 비록 사용자 소유의 정보라 하더라도, 이에 일차적으로 접근할 힘을 가진 이는 사용자가 아니라 업체다. 그것이 이메일이든, 전자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소프트웨어든 상관 없다.
2009년,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 사용자 일부가 기괴한 경험을 했다. 자신들이 구입한 도서가 증발해 버린 것이다. 저작권 문제를 이유로 회사가 사용자 단말기에서 책을 일방적으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의 책은 조지 오웰의 <1984>였다. '빅브라더'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가 현실이 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전자책 기기를 내 돈을 주고 사고, 전자도서를 구입한다 해도, 사용자가 온전히 주인일 수 없다. 아마존은 당신이 어떤 책을 몇 페이지까지 읽었는지뿐 아니라, 몇 페이지를 대충 넘겼고, 어느 부분에서 오래 시간을 끌었으며, 어느 부분에 줄을 긋고 메모를 했는지 알고 있다.
구글은 지메일 사용자가 주고 받는 모든 이메일을 스캔해서 광고에 활용한다(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구글은 '읽지는 않고 스캔만 한다'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이메일에 '대학에 가고 싶다'는 내용이 있다면 온라인대학 광고를 보여주고, '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면 대출광고를 띄우는 식이다. 물론 구글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은 이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결국 '클라우드컴퓨팅'은 기업이 사용자 정보에 대한 통제력을 빼앗아가는 과정이다. '4차산업혁명론'의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이 아니라 기업의 편향된 시각에서 기술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4차산업혁명론'을 외치는 한국의 신문이나 잡지 칼럼들을 읽어보라. 거의 모든 결론이 '규제 철폐'로 귀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이 '편리'를 구실로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정보는 이제 생체정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이폰은 지문정보를 등록하고, 삼성 갤럭시는 사용자의 홍채정보를 저장하며, 애플 워치 등의 '착용 컴퓨터'는 사용자 맥박을 추적한다. 이 장치들은 사용자의 칼로리 소비량, 몸무게 변화, 수면 패턴까지도 기록한다.
이런데도, '4차산업혁명론자'들은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라고 주장한다. 자동차 배기량이 커지고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브레이크 장착 의무는 완화하거나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4차산업혁명론'은 신기술에 대한 논의가 아니다. 그저 얄팍한 기술의 외피를 쓴 친기업-탈규제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나는 '친기업'에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시민사회에 해가 되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업이나 이들과 이해관계를 나누는 이들이 '4차산업혁명론'에 흥분한다 해도,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새로운 관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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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교수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 기술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기호학>과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까?>를 한국어로 옮겼습니다. 여행자의 낯선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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