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걸레회사는 직원들을 마른걸레 짜듯이 실적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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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열아홉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군 입대 대신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했다. 그렇게 꼬박 13년을 쉬지 않고 일했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에 다니며 캠퍼스 커플이다 해외연수다 뭐다 해서 20대 나이에 맞는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단 한순간도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됐기에 죽도록 일만했다.
그렇게 열심히 '생존'을 위해 달려온 나에게 결국 남은 것이라고는 건강검진에서 발견한 '암 덩이'뿐이었다. 그 사실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관련연재기사: '암~ 난 행복하지!').
어찌할줄 몰라 방황의 시간을 보냈고 결국 큰 맘먹고 회사에 '병가'를 냈다. 그 넉달의 시간이 내가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마음 편히 쉬어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내 삶의 가치관을 변화시켰다.
내가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동안에도 회사 돌아가는 소식이 들려왔다. 회사 전체가 자율성은 사라지고 영업사원들을 '마른걸레' 짜듯이 압박해 실적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한다. 내가 영업팀으로 발령이 나기 전년도까지만 해도 우리팀은 항상 목표 대비 높은 실적으로 칭찬받는 부서였다. 실적이 좋으니 직원들도 매일 일찍 마감하고 퇴근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라 기술부서에 근무하던 내가 부러워하던 부서였다.
내가 영업팀으로 발령 받아온 올해, 갑작스럽게 회사는 영업 목표를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나 높게 잡았고 그 숫자를 전국에 나눠 내려주었다. 역대 단 한번도 그런 목표를 받아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모두다 '멘붕' 상태로 '말도 안되는 목표'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무리한 목표탓에 상부에서는 직원들을 '마른걸레' 짜듯 압박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로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그 목표를 억지로 달성하기 위해 해서는 안될 일을 벌이는 직원들도 생겨났다. 겉으로 보기에만 실적이 좋아보일 뿐 '풍선효과'로 결국은 회사의 살을 깎아 먹는 일임에도 눈 앞에 목표 숫자 채워 '욕' 안듣기 위해서 하루살이처럼 살기 시작했다.
회사가 정말 잘못 가고 있다고 느낀건 잘못된 방법으로 목표 숫자를 채우고 있는 사원들의 사례들이 그 부분만 부각되어 전사에 베스트 사례로 소개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어쩌다 그 속내가 낯낯히 드러나면 상사들은 그런 부분을 '알지 못했다'며 발을 빼고는 책임이 전부 담당자에게로만 돌아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베스트 사례'는 '숫자 장난으로 끼워맞춘 사례'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같은 회사의 직원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회사는 진짜배기 실력자와 상관없이 오롯이 상사에게 잘 보이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냉정한 '정치판'이 되어 버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복귀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나는 이제 그런 전쟁 속에서 버틸 자신도 없었고, 거기에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일과 삶을 적절히 분리하여 남는 시간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래서 복귀 전에 회사를 찾아가 본부장님을 만났다.
나의 기술부서 복귀소식에 돌고 돌아 나에게 들려온 소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