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송광사 입구에서 지인은 수년 전 템플스테이로 찾았던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당시 삶을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는...
임현철
"육칠년 전, 이곳 송광사에서 4박5일간 템플스테이하며 지낸 적이 있네. 다시 오니 새롭구만." 동행한 지인은 이미 과거 여행 중입니다. 지인이 30여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공로연수 중 보낸 송광사는 "스스로 살아 온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고 합니다. 참선 수행. 마음의 짐일랑 훌훌 털고 새 출발의 기운을 가득 받았겠지요. 그 여파일까. 그는 아직 60대 초반의 동안(童顔)을 자랑합니다.
대웅보전 앞. 목 백일홍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아니 뽐내지 않아도 스스로 빛이 납니다. 이 모습이 마치 법정 스님과 현묵 스님을 보는 듯합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과 담 싼 마냥 수행정진에 힘 쏟았던 그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송광사 대웅보전 앞마당은 승보종찰답게 스님들의 향기로 가득합니다.
"주지실로 오세요."주지실. 상이 차려졌습니다. 상 중앙에 노스님께서 앉아 있습니다. 떡, 과일, 꽃, 화분, 케이크 등 푸짐합니다. 전체 그림이 그려집니다. 법흥 스님 생일상입니다. 일선 스님, 옆에 서 있습니다. 눈이 마주칩니다. 방긋 웃습니다. 그가 절을 권합니다. 법흥 스님, "큰스님도 아닌데 괜찮다"면서 절을 하자 "한번만 하라"십니다. 송광사 스님 뿐 아니라 강원과 율원에서 공부 중인 스님들도 총출동해 삼배를 올립니다. 법흥 스님의 웃음 띤 얼굴에서 열반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