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와 시장의 점포 배치도다. 지도를 본 최씨는 여태 계약한 부동산이 얼마 없다며 아쉬워 했다.
김달표
17년 전에는 다른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실장으로 있었다. 그때는 나중에 사장이 되면 우주 먼지보다는 많이 계약할 줄로 기대했다. 당시 그는 직책이 실장이었지만, 일찍 출근해서 바닥 쓸고 손님 커피 타주는 일을 주로 했다. 그곳 사장님은 잘 될 때 월 500만 원을 벌었지만, 최씨는 월급 70만 원을 받았다. 두 살 난 아들의 분유 값과 기저귀 값까지 대기에 70만 원은 턱없이 모자랐다. 밤마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공부를 했다. 사장님이 되었다.
"내리막길을 걷는 기분이지." 사장님이 되고서 뛰어든 부동산 중개업 시장은 쉽지 않았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생기면서 투기가 줄었는데, 고객도 팍 줄었다. 손님은 안 오고, 그 대신 어느 날 사기꾼이 찾아왔다.
최씨는 그가 사기꾼인줄 몰랐다. 그래서 그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소개했다. 사기꾼은 하나의 분양권을 여러 사람에게 매도하고 잠적했다. 어떤 손님은 그 일로 4000만 원을 잃었다. 최씨는 '브로커'로 몰려 고소당했다. 1년간의 재판 끝에 그는 승소했지만, 마음속에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다.
올해는 손님이 거의 없다. 7월 이후로 계약을 못했다. 그는 상가를 전문으로 중개하는데, 장사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계약도 못하고 있다.
"나 같아도 인터넷으로 물건 사는데 누가 여기서 장사하겠어." 6월에 원룸 하나 계약한 게 마지막이다. 그 때 수수료로 20만 원을 받았다. 3개월 동안 계약으로 그렇게 벌었다. 가게세만 한 달에 100만 원이다. 이걸로는 버티기 힘들다.
빈 상가를 단기로 임차하는 상인들이 있는데, 그들이 매월 건물주에게 내는 '깔세'에서 최씨는 조금씩 수수료를 떼어 받는다. 선불로 내는 월세를 깔세라고 부른다. 최씨는 거기서 나온 수수료로 겨우 월세를 낸다. 중개업자는 지인이 많아야 '깔세 상인'과 접촉하기 쉽다.
수원에서 17년간 잔뼈가 굵어진 최씨를 깔세 상인들은 자주 찾아온다. 최씨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터를 잡고 짧은 기간 장사를 시작하면, 최씨는 돈을 걷으러 다닌다. 그들 중에는 깔세 주는 것을 계속 미루는 사람도 있다. 그때마다 최씨는 그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피곤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돈을 버니 최씨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뭐든지 닥치면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버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