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터 26일 시민들이 '기억의 터'를 찾았다.
신나리
26일 오후 서울시 중구 남산 통감관저 터에 3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김복동, 길원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발걸음을 함께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배우 한지민씨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기억의 터' 1주년을 기념해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기억의 터는 지난해 6월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서울 남산 통감관저 터에 마련된 추모공원이다. 1910년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한일 강제병합 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1년 전,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초등학생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노조 등 2만여 명이 3억 5천만 원을 모아 '기억의 터'를 조성했다.
공원이 완성된 지 1년, 추모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저마다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이어갔다. 오전 7시 전라남도 여수에서 4시간 버스를 타고 온 박혜인(21)씨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고 기억의 터를 보니 마음이 새롭다"고 했다. 그는 "멀게 느껴지던 역사가 내 가족, 가까운 사람의 일처럼 다가왔다"며 "이 일에 대해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하은아 이것 봐봐. 예전에 할머니가 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일본군에게 끌려간 그림이야. 할머니들은 나쁜 일을 당했지만 일본은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있어. 우리는 할머니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기억해야 해."차영미(46)씨는 딸 김하은(9)양에게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을 설명하며, 역사와 기억을 강조했다. 하은양은 어린 소녀가 팔목을 잡힌 채 끌려가고 있는 그림으로 만든 퍼즐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난과 비판에서 끝나지 말아야"기념행사를 찾은 위안부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는 사과받지 못한 세월의 설움과 일본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기념사에서 김 할머니는 "우리도 귀한 집 자식이다"라며 "억울하게 끌려가 일생 희생당하며 평생 약에 의지해 병중에 살고 있다"며 흐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