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주고객이겠지만 일반소비자들에게도 비교적 저렴하게 파는 것 같았다.
김현자
이와 같은 곡물시장이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정부가 쌀값 안정화 정책에 따라 정부미를 방출하면서부터. 이후 시장은 나전칠기를 다루는 점포가 325개까지 있었을 정도로 나전칠기 전문시장으로 거듭난다. 그러나 1980년대를 정점으로 점차 쇠락하기 시작, 2017년 8월 현재 주방기구를 파는 점포가 500곳에 달할 정도로 주방기구·가구 거리로 특화되었다.
이런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중앙시장과, 그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주방기구와 가구 거리에서 유통되는 주방 관련 물품은 전국 주방 물품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란다. 시장을 직접 찾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만이 아닌, 전국의 음식점에는 물론 학교나 병원, 호텔, 구내식당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든, 시중에서 음식을 사 먹든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중앙시장에서 나간 물건들을 접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폐업이나 변화 등으로 그릇이나 주방기구들을 한꺼번에 처분해야 하는 사람들의 물건을 사서 중고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가게들도 많다니 서울중앙시장의 역할은 매우 클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주방기구와 가구 거리가 시작됐을까? 1980년대 후반, 시장 북쪽에 마장로가 개통되자 도로를 따라 점포들이 한둘 씩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 외식산업이 크게 발달, 그 영향으로 이들 점포들이 호황을 누리게 되자 폭발적으로 늘었고,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실은 지난 몇 년 동안 요긴하게 썼던 순간온수기가 한 달 전쯤에 고장 났다. 서울중앙시장에 간 날은 8월 19일. 인터넷을 통해 보상 판매한다는 곳이 있어서 겸사겸사 가게 된 것이다. 남편이 볼일을 보는 동안 큰 도로에서 골목을 따라 형성된 주방기구 거리에 줄지어 있는 점포들을 기웃거리며 구경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