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선 교수
조종안
- 우리나라 대학 구조개혁 논의는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그 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쳤다. 각 정부의 교육 정책을 평가한다면?"김영삼 정부의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대학의 문을 낮췄지만, 대학의 과도한 신설로 대학구조개혁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IMF) 사태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채택하였고, 이것을 대학정책에도 반영하였다.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시작된 거다. 이로 인해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시작되었다. 노무현 정부도 김대중 정부의 대학정책과 비슷하게 진행했고, 최초로 대학정보 공시제도를 도입하였다.
대학 자율성 침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학 선진화 정책'을 근거로 국립대 총장직선제를 포기하도록 압박했다. 박근혜 정부는 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간선제를 강요하였다.
그 결과 2015년 8월 부산대학교 고현철 교수가 대학 민주화와 자율성을 외치면서 투신자살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또한, 프라임 사업과 같은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대학의 학사구조개편까지 밀어붙였다. 그 결과 대학의 학사구조는 심각하게 왜곡됐다."
- 역대 정권의 다양한 교육 정책 중,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분야도 있다고 생각되는데?"최초로 각 대학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한 노무현 정부의 '대학정보 공시제도'와 2009년 한국장학재단을 설립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제공한 것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부실대학,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는 시스템 돼야 -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수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따라서 대학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교육부에 해주고 싶은 말은?"정부가 모든 것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대학 구조개혁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선택에 맡기고, 정부는 부실대학 퇴출기준을 법으로 정하면 된다. 대학의 구조도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공립대학 비중을 대폭 늘리고, 대학의 재정확충을 위해 적어도 GDP 1.1% 정도의 재원을 확보하는 대학재정교부금 법도 제정해야 한다.
국립대학의 경우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통폐합보다 거점별 국립대학 협의회나 위원회를 만들어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공동의 대학원을 설립하거나, 시설 및 장비를 공동 이용하고, 각각의 특성화 분야를 앞세운 융복합 사업단 내지는 연구소를 설립하게 해야 한다. 사립대학 경우에는 대학 평가도 중요하지만, 법인의 건전성, 재정기여도 등을 중요 평가지표로 정해야 한다."
- 내년(2018년)은 고졸자와 대학입학 정원이 역전되는 첫해가 되고, 2023년은 대학 입학정원이 고졸자보다 16만 명이 많아진다고 한다. 정원감축은 모양내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항구적인 대비책은?"정원감축을 대비한 구조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정부가 일률적인 지표를 만들어 정원감축을 하면 획일화된 대학이 만들어진다. 퇴출 기준을 법으로 정하고 각 대학에 자율적인 구조개혁안을 만들도록 하고, 정부는 이 계획들이 이행되는지를 감독하고, 선택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시장은 대학의 옥석을 가리고, 부실대학은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1인 피켓시위 경험 후 대하는 시각 달라져- 대학(국공립 사립대 포함) 구조개혁은 정부에게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대학도 주체로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국립대 교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구조개혁은 개별 대학의 몫이다. 대학들이 처한 상황은 각각 다르다. 정부가 이러한 상황들을 무시하고 하나의 지표를 가지고 구조개혁을 하므로 대학의 특성화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개별 대학이 처한 상황과 여건 속에서 대학이 주체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하고, 선택은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