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담을 나눴다
이정훈
개인이 운영하든 단체가 운영하든 "장애인 거주시설"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장애인 수용시설"로 정의하고 모든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하기까지 한 주장들을 펼쳐나갔다. 그저 시간되면 밥 먹고, 시간 되면 잠을 자야 하기에 퇴근을 앞둔 직원들에 의해 억지로 수면제까지 복용 당해야 했고, 외출 한 번 하려면 나랏님 만나야 하는 것처럼 갖가지 이유들로 거부당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수용시설과 다를 바 없는 반인권적 시설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그저 과격한 주장이 아니었고, 지난해 불거진 대구가톨릭에서 운영하던 대구 희망원 사태에서 적나라 하게 드러난 현실이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묶여 있고, 수면제를 강제로 먹어야 했고, 구타는 물론 성폭력까지 자행된 곳이 대구 희망원이었다. 장애인들의 분노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분을 만들어냈던 현실이었다.
이런 기나긴 싸움 끝에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광화문 지하농성장을 방문하고 5년 기간 동안 죽어갔던 장애인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복지사각지대로 인해, 부족하고 불합리한 제도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던 장애인과 가난한 자들을 애도합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광화문에 당신들이 있었음을, 우리 모두가 함께 하였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그 기억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지었다.
이날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정부에게 전달되었고, 일정 부분 제도적 진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투쟁 전환"이라는 표현을 쓰며 오늘의 만남을 갈무리했다. 이 표현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또 다른 제도적 성취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이 사용한 "투쟁 전환"은 장애인들의 완전한 사회참여,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이 아니라 지역사회로의 완전한 참여를 위한 숨고르기 바꿔 말할 수 있다. 유럽에서 꽤 오래전에 장애인 거주시설이 사라졌다. 특히 스웨덴 정부는 정부가 직접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을 매입해서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을 모두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시킨 것이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도 2016년을 끝으로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이 폐쇄되었다.
종교계,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운동에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