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강연회 현장에서 만난 리베카 솔닛의 모습
진선민
기자회견에서 솔닛은 "여성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념에 물음을 제기하고 싶었다"며 "책에 수록된 '침묵의 짧은 역사'라는 글에서 여성의 역사가 침묵의 역사였음을 이야기하고 그 침묵을 깨어 낸 여성들이 어떤 변화를 쟁취해왔는지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신의 저서가 'breaking story(오래된 스토리들을 깨뜨림)'의 역할을 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혐오의 시대, 페미니즘은 승리하는 중이다" 페미니즘이 부상하면 안티 페미니즘도 부상하기 마련이다. 여성을 멸시하는 통념을 깨고 유구한 역사의 성차별에 맞서는 과정에서 반발이 거세다. 여성혐오가 극단적인 형태로 가시화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도 남성 유튜버들이 여성 게임 유튜버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교사에게 사이버불링이 자행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미국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안티 페미니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솔닛은 이에 대해 "남성들이 이런 반응(혐오)를 보인다는 건 그들이 페미니즘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페미니스트들이 해온 일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페미니즘이 힘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젊은 남성들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로 여성혐오를 강화하는 반면, 여성들은 더 이상 남자가 필요 없다는 쪽으로 가면서 젠더 갭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솔닛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안에 대한 정확한 규정'과 '이름 짓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당시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가해자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고 직접 언급했는데도, 몇 시간 동안 화장실을 찾은 남성들은 다 놔두고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는데도, 여자라서 죽은 게 아니라는 반응이 많았다.
솔닛은 "성범죄 등을 개별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고 문화적 패턴을 보게 하는 진실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솔닛은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수가 늘어나고 계속 우리의 힘이 커질 것이라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걷기의 저항이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