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은수'와 저자.
메디치미디어
여행 내내 낯선 길과 마주했다. 길은 숙명처럼 피할 수 없었고 내 몸은 늘 긴장과 싸워야 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온몸이 떨려왔다. 그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 본문 가운데 해외에서 유학중인 아들을 찾아가 은수를 타고 보름간 함께 여행한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여행 마지막 날, 평소 말수가 적은 아들은 이번 여행에서 평소와 전혀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면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번 여행은 저자에게 여행의 묘미는 풍경보다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단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여러 나라에서 만났던 아픔을 겪는 사람들 사연은 더 아릿하게 다가온다. 멕시코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으면 긴급 체포되는 이유, 십 대의 나이에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어느 중동국가, 극심한 빈부격차로 악명 높은 좀도둑 도시가 된 로마와 나폴리...
마을버스 세계여행은 전례가 없다보니 예상 못한 힘든 사건들도 겪게 된다. 같은 석유지만 나라마다 기름의 질이 달라 사람으로 치면 체하고 병이 나 막막한 도로에서 멈춰서 수리를 받아야 했던 마을버스 은수, 가파르고 험해 인사 사고가 많이 나서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것도 모르고 식은땀을 흘리며 안데스 산맥의 어느 산길을 느릿느릿 하루 종일 넘어가던 일.
결국 좀도둑이 많기로 악명이 높은 로마에서 버스 앞문을 뜯기고 카메라, 외장하드가 든 가방들을 도둑맞는다. 게다가 수시로 탈이 나 달리다 멈추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마을버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갈등이 생겼고 저자는 일행이었던 두 명의 친구들과 중간에 그만 헤어지기도 한다.
여행 말미 러시아에 도착한 저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 달간이나 머물면서 배를 타고 북한에 입국, 판문점을 통해 귀국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이루진 못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정도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시기였던 것이 컸다. 책 곳곳에 들어있는 여행사진들도 흥미롭다. 남미 안데스 산맥을 넘고, 터키 카파도키아의 고원지대를 달리고, 마침내 뉴욕 타임스퀘어에 정차한 녹색의 마을버스 사진은 친숙하고 생경하면서도 절로 여행심을 추동한다.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 - 종로12 마을버스와 함께 677일 48개국 세계여행
임택 지음,
메디치미디어, 2017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공유하기
55살 아저씨, 마을버스 끌고 '세계여행' 떠나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