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피해 10주년 행사의 시기상조를 주장하는 김진권 태안군의회의원김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지난 7월 일부 해수욕장으로 떠밀려 온 타르볼과 삼성의 지역발전출연기금 중재판정 결과를 언급하며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와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개관식은 유류사고 관련 현안들이 잘 해결되었을 때 추진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태안군의회 제공
태안군의회 김진권 의원은 지난 18일 제246회 태안군의회 임시회 폐회에 앞서 기습 5분 발언을 통해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7월 초) 태안 지역의 13개 해변에서 타르(기름) 덩어리가 많이 밀려왔다, 특히나 근흥면에 있는 해수욕장은 그 양이 엄청나서 22일 동안 타르 제거 인력만 무려 1209명이나 투입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예상한 대로 펜션의 숙박객들은 예약을 취소하기 시작했고, 성수기에는 관광객들의 감소로 이어져 다시 10년 전의 악몽을 되새겨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초 본격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태안군 바다 일대에는 타르볼이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결국 7월 6일 태안해경이 타르볼의 성분조사를 인천중부해경청 분석팀에 의뢰했다. 1, 2차에 걸친 분석 결과, 이번에 발견된 타르볼은 10년 전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와는 성분이 다르다는 결론을 얻었다. 10년 전 바다에 가라앉았던 타르볼이 떠오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태안군의회는 "당시 유화제를 살포했던 태안해경이 면피식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어 태안해경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10년 전 태안원유유출사고와 연계시켜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경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회 입장 발표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분 발언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에, 태안군이나 군의회가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을 선정해 성분을 분석한 후 명확한 입장을 밝혀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전날 태안군 김현표 부군수가 이용희 태안군의회의장을 만나 원유 유출 관련 5분 발언을 하지 않기로 타협했다가 당일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김 의원은 이어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에서 삼성의 지역발전기금 비율이 49%로 정해진 사실을 언급한 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관망만 하지 말고 대한상사중재원의 오판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태안 군민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아직도 떠밀려오는 타르 덩어리의 근본적 해결책을 수립해 이러한 상황을 하루속히 해결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와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개관식은 유류사고 관련 현안들이 잘 해결되었을 때 추진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르 덩어리 피해 등이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피해 극복 10주년 행사는 성급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의 5분 발언을 접한 태안 주민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중한 지적이라는 반응보다 지역 정서에 반한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년 전 기름유출사고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기름피해 중심지인 태안군을 방문한 적이 있다. 때문에 유류피해 10년을 맞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123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유류피해를 극복한 상징지역인 태안군을 문 대통령이 다시 방문할 경우 지역 이미지 제고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가져오리라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있었다.
아직 문 대통령의 행사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해 대통령의 행사 참석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9개월 남겨놓은 시점이라 더더욱 군민들의 눈초리는 곱지 않다.
이와 관련, 태안군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기름유출사고의 중심지이면서 해당 행사가 열리는 소원면 만리포 주민들은 태안군의회 이용희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는 23일 항의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최용복 만리포관광협회장 외 20명의 주민들도 단체로 방문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읍의 한 주민은 "대통령이 지역행사에 참석하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대단하다"면서 "설사 타르볼이 10년 전 기름이라 하더라도 사고 이후 10년을 맞는 행사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10주년 행사에 역량을 모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VIP 초청행사 추진하는 충남도 "타르볼과 유류피해 10주년 행사는 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