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주 씨가 진도의 토요 상설 민속공연을 즐기며 북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다.
이돈삼
김 회장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익숙한 일보다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었다. 책 방문 판매, 의료보험 조합원 모집 일을 잠깐 했다. 친구와 함께 포장마차도 운영해 봤지만 돈벌이가 안 됐다.
곡절 끝에 광주가톨릭센터에서 다방을 운영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 몇 년 동안 다방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세상을 알 수 있었다. 세상과 어떻게 어우러지며 살아야 하는지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개인의 보람과 성취를 얻으면서 세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선택한 게 음식사업이었다. 야채 뷔페를 시작으로 외식산업, 단체급식, 김치사업까지 팔을 뻗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회생 신청과 함께 김치사업의 법정관리에 이은 폐업의 아픔을 맛봤다. 3년 만에 회생 인가를 받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자신도, 이웃도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활동은 꾸준히 찾아서 했다.
"시각장애인을 '봉사'라고 하잖아요. 잠을 자도, 운동을 해도, 밥을 먹어도 봉사는 꾸준히 해야죠. 24시간 쉬지 않고 해야죠. 봉사가 저이고, 제가 할 일이잖아요."그 덕분일까. 김 회장은 동안 여러 기관·단체에서 표창과 감사장을 받았다. 1999년엔 행정자치부로부터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올 4월 제37회 장애인의 날엔 국민훈장 석류장까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