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집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봅니다. 제단 아래 위에 여러 가지 제구들이 놓여 있고, 제단 위 벽에는 인물을 그린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 이야기 하나쯤은 들어 있을 것 같습니다.
배석근
당집 안 초상화 주인공은?뭔가 시커먼 게 툭 튀어 올라 흠칫 놀랍니다.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 오르는 놈은 귀뚜라미입니다. 잘 먹었는지 몸집이 통통하고 뛰는 높이와 거리도 상당합니다. 이리저리 튀다가 나한테도 달라붙을까 봐 얼른 문을 닫고 다시 산길을 걸어갑니다.
어제 이곳 영양에는 비가 100mm나 내려 산과 들을 흠뻑 적셨습니다. 비가 내린 여름날이면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 치며 피어나는 놈들이 버섯입니다. 오랜 가뭄 속에 숨을 죽이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던 버섯 포자가 비를 만나면서 요란스럽게 부풀어 오르며 여기저기서 솟아납니다.
버섯은 모양도 가지가지여서 버섯 전시회를 보는 느낌입니다. 갓을 쓰고 있는 놈은 아주 흔하고, 도깨비방망이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놈도 있습니다. 나무에 조개껍데기처럼 붙어 있는가 하면 털실처럼 척척 늘어지는 놈, 초콜릿을 씌운 '초코송이' 과자처럼 생긴 놈도 있습니다. 색깔은 또 어떤가요. 노란 놈, 허연 놈, 붉은빛을 띤 놈, 거무튀튀한 놈…. 게다가 크기도 제각각이어서 콩알처럼 작은놈에서부터 세숫대야만큼 큰놈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