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지 하편문화대혁명부터 덩샤오핑의 등장까지 숨막히는 갈등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인물과사상사
하지만 이런 혈투 속에서 희생자들이 나온다. 루산회의를 통해 펑더화의가 낙마하고, 이후 류샤오치를 비롯한 세력이 밀려난다. 문화대혁명이 시작하면서는 한층 더 비참해져 대부분의 혁명 원로들이 4인방에 밀려서 위기에 빠진다. 그나마 힘이 있는 저우언라이가 병에도 불구하고 버티면서 균형을 맞추어가는 게 희망이었다.
당대 명장 중에 하나였지만 문혁을 주도했던 린뱌오가 마오쩌둥을 밀어내려다 발각되어 1971년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후 장칭 등 4인방이 세력을 잡으려 힘쓰지만 큰 힘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1976년이 온다. 1월 저우언라이를 시작으로 주더가 죽고, 당산대지진이 일어난다. 그리고 9월9일 마오쩌둥이 영면한다. 이후 벌어진 권력 쟁투에서는 원로의 지지를 얻는 덩샤오핑이 화궈펑을 밀어내고 힘을 얻는다.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책에는 숨막히는 중국 정치의 부침이 있다. 삼국지를 버금가는 수많은 실존 인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지나간다. 이 속에는 많은 우리 선조들도 나온다. 15군단 75사단 참모장으로 황허 도하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목숨을 잃은 양림과 부인 이추악을 비롯해 공산당에 포대를 완성한 무정 장군이 군인의 대표다. 반면에 음악가 정율성을 비롯해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김산이나 한락연 등도 이 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이다.
저자는 이야기의 근간이 된 책들을 꼼꼼히 기록해뒀다. 가장 중심이 된 책은 중앙문헌출판사에서 낸 '모택동생평전기록'이다. 거기에 저우언라이, 펑더화이, 린뱌오, 류샤오치, 덩샤오칭, 장제스 등 주요 인물의 개인전기도 참고했다. 또 장정 관련 서적이나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 등 서양서적도 참고했다.
전체적으로 가장 놀라운 것은 전체적으로 오자나 흐름에 막힘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중국 현대사를 풀어냈다는 점이다. 여러 개의 사료가 있다보니, 자료간의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리없게 긴 역사와 인물을 재현한 것이 눈에 띈다.
100년 전에 시작된 중국 현대사가 뭐가 중요하는지를 묻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듯이 중국에게도 지난 100년의 역사는 현재의 방향타가 되는 중요한 기억이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오판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난해 7월 8일부터 1년여 넘게 우리는 중국을 모르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 <중국지>에서 소개되는 우리 선조들의 적극적인 국제 관계에 대한 참여는 중국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나온 100년을 보면 앞으로의 100년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그럼 점에서 현의섭의 <중국지>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을 이해하는 좋은 가이드가 된다.
중국지 - 상 - 중원축록 편, 마오쩌둥과 중국 혁명 평석, 개정판
현이섭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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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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