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향하는 무표정의 박근혜박근혜 전 대통령이 7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 발가락 치료를 위해 법원 부근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연합뉴스
피고인 박근혜는 대체로 의욕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간혹 눈에 힘을 주고 증인을 바라볼 때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석 달 가까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늘 힘이 없다. 자신의 변호인단 사이에 앉아 수척한 얼굴로 멍하니 있다. 보통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간혹 목을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검찰의 증인신문이나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변호인단이 증인신문에 나설 때면 지루한 표정을 짓다가 졸 때도 많다.
18일엔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지원배제명단) 혐의 관련 서류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증인 출석 없이 각종 신문조서 등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라 다소 지루할 수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은 대놓고 수면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자신을 향해 의견을 물을 때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하거나 변호인이 대신 얘기하도록 했다. 지난 17일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 중 블랙리스트 부분을 변경신청한 데 대해 재판부가 "박근혜 피고인도 그런 (공소) 취지를 전부 부인한다고 하면 되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을 뿐이었다.
지난 5월 25일 재판장이 "검사가 제시한 서류증거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하면서 냈던 작은 목소리도 이제는 듣기가 힘들어졌다.
변호인단의 주장처럼 박 전 대통령의 체력이 떨어진 탓일까.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평소와 달리 눈에 힘을 줄 때가 있다. 바로 자신이 내뱉었던 "참 나쁜 사람"이라는 말과 관계된 전직 공무원들을 마주할 때다.
'나쁜 사람'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 빤히 바라봐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했던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진 전 과장은 2013년 4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 대회에서 우승이 아닌 준우승을 한 뒤 그해 7월 청와대 지시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과 함께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승마협회 문제는 파벌 싸움이며 최씨와 반대쪽 모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불러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참 나쁜 사람"이라고 일컬었다. 진 전 과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노 전 국장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