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 중인 16일 강원 원주시의 한 양계장에서 직원들이 달걀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이 농장은 전날 국립농산품질관리원의 검사를 통과해 달걀 출하 작업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돼지도 다르지 않다. 성장 호르몬과 배합 사료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육된다. 돼지는 태어난 지 5달 만에 무려 90킬로그램에 도달한다! 자연 상태보다 4배가 짧은 기간이다.
돼지는 본래 대부분의 시간을 풀 뜯어 먹기, 땅 파기, 지역을 탐험하기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오늘날 돼지들은 평생을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쇠창살과 텅 빈 벽밖에 보지 못한다. 이런 돼지들이 건강할 리 없다. 사료에 섞은 항생제의 힘으로 버틸 뿐이다.
소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소는 풀을 먹고 되새김질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사육되는 소에게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옥수수와 같은 곡물을 먹인다. 더 빨리 살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섬유질이 없고 전분뿐인 옥수수를 먹인 소는 위에서 발효 작용이 일어나 엄청난 가스가 생긴다. 이런 소는 설사와 궤양에 시달린다.
그러나 합리화된 공장식 사육 체계에서 그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과학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면 된다! 그렇게 소는 죽을 때까지 약물 중독 상태로 살아간다.
과학적 관리라는 것은 어쩌면 '고도로 체계화된 잔인함'일 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육이 끔찍하게 느껴지는가? 이것이 바로 현대 문명이 자랑하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과학적 관리다!
합리화, 돌아보지 말고 목적을 향해 내달려라!일찍이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근대 사회의 큰 추세가 '합리화'라고 보았다. 합리화는 효율성, 예측 가능성, 계산 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 쉽게 말해, 자로 재고 계산기를 두드려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
베버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출현이 바로 합리화 추세의 결과라고 보았다. 나아가 세상은 더욱더 합리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합리화는 오늘날 삶을 지배하는 강력한 원리가 되었다.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산을 얻으려는 과학적 관리라는 것이 바로 합리화로 설명된다. 그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물질적 안락을 제공했다. 그런데 물질적 풍요만으로 우리는 행복해졌을까?
베버는 합리화로 인해 사람들이 의미의 결핍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았다. 또 예측하지 못한 사태 앞에서 무력해진다. 여기서 베버는 '합리화의 비합리화', '합리화의 역설'을 제시한다.
공장형 축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이번 살충제 파문의 원인이 된 진드기의 급속한 확산이 그렇다. 자연 상태의 닭은 진드기가 붙으면 땅에 긁는 등의 행동으로 진드기를 떨어낸다. 그러나 옴짝달싹 할 수 없게 좁은 우리에 갇힌 닭은 진드기를 떨어내지 못한다. 그저 진드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고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도로 밀집되어 있어서, 진드기가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오늘날 공장식 사육으로 길러지는 가축은 건강 상태가 무척 나빠서 너무도 쉽게 병에 걸리고 해충에 쉽사리 공격당한다. 게다가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합리화의 결과로 비합리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구제역도 그렇다. 과거에 구제역 치사율은 1퍼센트 미만이었다. 또한 지금처럼 대규모로 감염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구제역을 비롯한 병이 한번 발생하면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간다. 6년 전 구제역 파동 때에는 무려 400만 마리가 넘는 돼지와 소 등을 산 채로 파묻었다. 바로 공장식 사육 때문이다. 역시 합리화의 결과로 비합리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철저한 관리, 과학적 학대... 가치의 전환이 필요한 때사실, 이는 계속 반복되는 문제다. 고도로 체계화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생산을 크게 늘렸지만, 병과 해충의 급속한 확산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사태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곤 한다. 이른바 과학적 관리는 아무리 수준 높게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늘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늘날 가축은 오로지 인간의 뱃속으로 들어갈 먹을 것을 제공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학대 받고 있다. 가축들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는 일상이며, 질병이 만연한다.
진정,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합리화가 비합리적인 고려에 근거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막스 베버의 영향을 받은 프랑크푸르트학파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효율적으로 판단하는 합리성을 '도구적 이성'이라고 비판했다. 도구적 이성은 목적만을 향해 내달린다. 그 목적의 의미를 돌아보지 않은 채. 의미를 돌아보지 않는 내달림은 위험하다.
따지고 보면, '철저한 관리'와 '과학적 학대'는 가축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이는 우리 시대의 지배적 원리 가운데 하나로 우리의 일상에서 늘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까 효율성·예측 가능성·계산 가능성을 높이는 합리화는 인간이 가축이라는 생물에게만 적용하는 게 아니다. 가축이라는 생명을 다루는 방식은 인간이라는 생명을 다루는 방식과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도 마치 철창에 갇혀 부리를 잘린 닭처럼 관리하고 관리 받는 일상을 지내고 있는 것이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늘 그렇듯이 이번 정부도 '축산업 선진화' 따위의 방안을 들고 나올 테다. 즉 더욱 합리화하자고 할 테다. 그러나 그것은 원인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 된다.
이제 우리는 합리화의 역설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공장식 축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함께 가치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물 복지 축산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처럼 공장식 사육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 보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공유하기
살충제 검출 달걀, '합리화의 역설'이 낳은 사태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