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동문 인근 토스트 노점상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여기 토스트 사용 중인 계란은 살충제 검사 결과 미검출 계란으로서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박동우
주문 취소 사태까지... "AI 파동 이어 계속 피해 입어" 마포구 공덕동 전집골목 가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느 식당은 일찌감치 '식용란 살충제 검사결과 증명서'를 복사해 기둥에 걸었다. 경기도 김포시에 자리 잡은 농가에서 기른 계란이 먹기에 적합하다는 요지였다. 가게에 계란을 공급하는 도매상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받은 서류란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경기도(08)'에서 나온 계란을 피하자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불붙듯 번지는 사태를 다분히 의식한 게다. 실제로 인근 공덕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던 주부 민유리(44, 서울 신공덕동)씨는 기자와 만나 "학부모들 사이에 '08'로 시작되는 계란만 사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일곱 살과 아홉 살 자매를 둔 민유리씨의 집엔 불과 며칠 전 동네 마트에서 구입한 계란 한 판이 쌓였다. 그는 "자녀의 영양 보충을 고려해서 온 가족이 날마다 계란을 두 개씩 먹고 있다"며 "아이들이 계란을 좋아해 계란 부침이나 스크램블 에그 요리를 만드는데, 음식을 주면서도 '이거 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광장시장 먹자골목, 공덕동 전집골목에 늘어선 상인들은 "아직까지 매출이 줄어드는 등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 사태가 하루빨리 진화되길 바라고 있었다.
광장시장 전집 상인 한상필(65, 서울 시흥2동)씨는 "텔레비전에 나와서 대책을 발표했다고 댓바람에 안심이 되겠느냐"며 "정부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공덕동 전집 종업원 김까치(61, 서울 화곡1동)씨도 "2~3일 내에 빨리 해결해야 한다. 사태를 질질 끌지 말라"고 정부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