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 송시열의 글씨를 모각하여 만든 명옥헌 현판과 인조가 오희도를 등용하기 위해 후산마을을 세 번 찾아왔다는 의미의 삼고(三顧) 현판
임영열
옥구슬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집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吳以井 1619~1655)은 아버지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은거하면서 정원을 만든다. 자연경관이 좋은 도장곡에 정자를 짓고 주변에 배롱나무와 소나무를 심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곳에서 글을 읽고 학문에 정진하며 많은 저술을 남긴다. 대표 저서로 <장계 유고>가 있다
명옥헌 원림에는 두 개의 연못이 있다. 연못은 모두 네모난 모습이며 안에는 둥근 섬이 조성되어있다. 이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고 여기는 옛사람들의 우주관에서 비롯되었다. 사각형의 작은 연못과 사다리꼴 모양의 아래쪽 연못 사이에 정자를 세웠다.
명옥헌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자연스럽게 계류를 따라 연못으로 흘러들어 온다. 연못에 물이 차고 다시 아래 연못으로 흘러간다. 인공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자연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억지스럽지 않은 한국 전통정원의 원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자를 오른쪽으로 끼고 계곡을 돌아가면 바위 벽면에 '명옥헌 개축(鳴玉軒癸丑)'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우암 송시열은 오이정의 아들이자 그의 제자인 오기석을 아끼는 마음에 정자 이름을 명옥헌이라 짓고 계곡의 바위에 이를 새겼다고 전한다. 명옥헌 현판은 이 글씨를 모각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계곡 사이로 '물이 흐르면 옥구슬이 구르는 소리가 났다' 하여 붙여진 명옥헌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의 조그만 정자이다. 가운데 방이 하나 있고 사방으로는 우물마루가 놓여 있다. 전형적인 호남지방의 정자 형태를 갖추고 있다. 동서남북 네 방향 모두의 경관을 방안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창호를 달아 놓았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원림의 풍경은 낙원의 또 다른 모습이다. 명옥헌 원림은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9년 9월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58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