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라떼’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녹색 강물을 와인 잔에 담았다.
김종술
수녀와의 특별한 동행이 끝났다. 14일 성가소비녀회 최효미 다니엘 수녀(35)가 금강을 떠났다. 하늘은 울었다. 아침부터 굵은 장대비가 쏟아졌다. 내 눈은 붉어졌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4개월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지난 4월, 한 통의 쪽지가 왔다. 악성글이면 어쩌나 걱정하며 쪽지를 열었는데, 예상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 마디로 줄이면 이렇다.
'한 달간 동행하고 싶다.'
어안이 벙벙했다. 늘 혼자 취재했던 터라 부담스러웠다. 혹시나 해코지라도 당할까 두려웠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끝내, 답장을 못했다. 다음날 전화가 걸려왔다.
"수도복 안 됩니다. 사복 입으세요. 강변에서 밥도 해먹고 잠도 자야합니다. 씻는 건 고사하고 화장실도 없어요. 뱀에 물릴 수도 있으니 자신 없으면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대차게 쏘아붙였다. 솔직히 내 딴에는 '오지 말라'는 거절의 뜻을 돌려 말한 거다. 하지만 수녀는 눈치(?)가 없었다. 겁박이 씨알도 안 먹혔다. 결국 수녀의 동행을 허락했다. 이 말이 결정적이었다.
"4대강 사업뿐 아니라 모든 아픔과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