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첩
김재영
오랫동안 보관해오는 애물단지가 하나 있습니다. 필름 첩 꾸러미입니다. 사람들은 통상 사진을 인화하고 필름을 버리는데, 저는 모아서 따로 필름 첩을 관리했습니다. 프로 작가는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에 비해 사진을 오랫동안 많이 찍어왔고, 그중에는 작품이 될 만한 필름이 가끔 있기 때문에 버리지 못했습니다.
디지털카메라가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게 1995년경. 그때까지 모아 관리한 필름앨범만 예닐곱 권쯤 됩니다. 이것들을 전부 필름으로 가지고 있어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기약이 없더군요. 게다가 직업 특성상 이사를 자주 하는 터라 매번 그 부피가 만만찮고 다루기가 번거로웠습니다.
결국 필름을 스캔해 하드디스크에 디지털 파일로 보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벌써 몇 년째 필름 스캐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캐닝이 끝난 필름을 버리니 필름 첩이 2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