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펼쳐진 인도 요리 한상. 모든 메뉴가 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임형준
오후 2시를 갓 넘기니 직원들이 포크와 나이프 통을 채우며 주방과 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북인도 요리를 파는 카말풀은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인도인 요리사 넷이 일한다. 네 평 남짓한 좁은 주방에서 철저히 분업한다. 간단한 일본어도 구사해 손님이 나갈 때 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고 인사한다. 커플뿐 아니라 학생과 동네 할머니도 찾는 이곳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인도'다. 동네도 한적해 날씨가 좋다면 소화도 시킬 겸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좋다.
나쓰메 소세키도 사랑한 에비스 맥주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최고다. 도쿄 시부야구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에는 에비스 맥주 기념관이 있다. 투어 보다 인기있다는 테이스팅 살롱은 프리미엄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군데군데서 익숙한 한국말이 들렸다. 늦게 가면 세 종류의 에비스 맥주를 맛 볼 수 있는 메뉴를 시키지 못한다. 맥주를 주문하면 완두콩과 살라미 두 점을 주니 안주발을 세울 게 아니라면 맥주만 시키는 게 이득이다.
에비스 갤러리에서는 에비스 맥주 역사를 맥주병과 함께 설명한다. 1899년 긴자에 일본 최초로 만들어진 맥주홀에서는 안주로 슬라이스한 무를 즐겼다고 한다. 작은 새우나 머위도 곁들였다. 맥주홀이 성황리를 이루자 전국에 맥주 애호가들이 생겼다. 메이지 시대가 끝날 무렵 맥주의 인기는 높아져서 문학에도 등장한다.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이백십일>을 보면 주인공이 "우리는 맥주를 갖고 있지 않지만, 에비스는 갖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갤러리를 나오는 길에 1920년대 일본인이 에비스 맥주를 마시는 사진을 보니 당시 일제에 핍박받는 조선인이 겹쳐져 저급 맥주 맛처럼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