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권우성
이처럼 댓글 공작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단죄가 헌법이나 법률의 테두리를 벗어나 이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정농단죄가 존재하지 않기에 최순실과 박근혜를 국정농단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기문란죄라는 죄목은 우리 법체계에 존재하지 않고, 그렇기에 댓글 공작의 책임자를 국기문란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래서 댓글 공작의 책임자들을 국정원법 위반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심판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문제는 그 경우 그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댓글 공작이 갖는 국기문란적 성격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요구됨에도 그에 대한 법적 장치의 미비로 자칫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댓글 공작이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고 국헌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그것을 내란죄로 처벌하지 못할 이유가 딱히 없어 보인다. 물론 특정 범죄활동에 어떤 법을 적용할지는 법조계 인사들이 필자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들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상식인의 관점에서 댓글 공작에 내란죄를 적용하는 것이 그리 불합리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2012년도 대선 국면에서의 댓글 공작이 이명박과 박근혜 사이의 정치적 흥정 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건 사실상 '친위쿠데타' 다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댓글 공작은 내란죄와 같은 중요범죄로 반드시 단죄돼야 할 것이다.
형법 제87조의 내란죄는 국헌문란(國憲紊亂)을 목적으로 하여 폭동하는 죄이다. 이 말은 내란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 즉 (1)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하는 (2) 폭동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댓글 공작 사건의 경우, 그 규모나 성격 면에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댓글공작이 국헌문란인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