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완전 퇴출"'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출범식이 2016년 6월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피해자와 가족모임, 시민사회,종교,보건의료,노동계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옥시의 완전 퇴출, 가해기업 및 정부의 책임자처벌, 옥시 재발방지법 제정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권우성
다음은 기업이다. 크게 두 부류가 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PHMG와 CMIT/MIT를 만든 회사와 그 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회사들.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만든 회사는 SK케미컬이다. SK케미컬은 매우 나쁜 회사다. SK케미컬은 PHMG를 염화나트륨, 물 등과 섞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고, 여기에 제품 이름으로 SKYBIO1125라고 이름을 붙였다. SK케미컬은 이 물질에 흡입 독성이 있다는 걸 몰랐다고 하지만, 그들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일종의 '제품설명서')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제품을 사용 시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 '호흡기 보호: 분진이나 증기가 발생한 가능성이 있는 공정에서는 방독면을 착용한다.' CMIT/MIT는 더욱 문제다. 이 물질은 오래전부터 흡입독성이 잘 알려져 있던 물질이다. 그런데 SK케미컬(당시 유공)은 1994년 이 물질로 가습기메이트를 직접 만든다. 사전에 철저한 안전검사는 없었다. 게다가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SK케미컬은 가습기메이트가 안전하다고 보고서를 조작하기도 하였다.
애경은 SK케미컬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는데 여기서 CMIT/MIT말고 다른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 DDAC(디데실디메틸 암모늄)와 DCMIT(디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다. DDAC는 국정조사 전에 송기호 변호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했다. 폐손상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DCMIT는 이정미 의원이 확인했다.
다음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이다. 주연은 옥시레킷벤키저다.
옥시레킷벤키저(아래 '옥시')는 레킷벤키저라는 영국 그룹이 한국 회사 옥시를 인수해서 만든 기업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1년에 40만 개 이상 팔았다. 피해자도 가장 많다.
옥시는 사태가 터지기 전 PHMG가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SK케미컬에서 만든 PHMG의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옥시에게 전달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이 제품을 사용 시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가 적혀 있는 그 자료다.
EU는 오래 전부터 PHMG를 살생물제로 관리해왔다. 살생물제는 말 그대로 생물을 죽이는 물질이다. 인간도 생물이다. 사람에게 사용할 때 철저하게 주의해야 한다. 살생물제로 관리한다는 말은 이 점에 유의하여 제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기업 레킷벤키저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사건 발생 후 옥시는 진짜 범죄자처럼 굴었다. 서울대, 호서대, 한국건설환경생활시험연구원 그리고 해외 연구소 4곳 이상에 실험을 의뢰했다. 결과는 모두 옥시에게 불리하게 나왔다. 옥시는 서울대에 연구용역비 이외 돈을 더 얹어주고, 유리한 내용만 나중에 재판정에 제출했다. 호서대 실험은 옥시 직원 집에서 진행했다. 한국건설환경생활시험 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아예 수령을 거부했고, 추가실험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중단시켰다. 해외연구소의 자료도 국정조사 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영국본사도 개입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옥시 말고 다른 기업, 예를 들어 애경, 이마트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이 점은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거론됐던 기업들 중 제대로 처벌 받은 곳이 없다. SK케미컬부터 옥시까지 처음부터 다시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사태 발생 이후 정부 대처 사태 발생 이후 피해자 지원 및 인정과정에서 정부 대처에도 문제가 많았다.
우선 피해자 지원 문제가 계속 늦춰졌다. 가습기살균제 수거명령이 떨어진 때가 2011년 11월이다. 그런데 피해자 지원이 결정된 것은 2014년 4월이다. 2년 6개월이 흘렀다. 이 문제를 환경부에서 관리하기로 결정하는 데 1년,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환경성질환으로 인정하는데 또 1년이 소모됐다. 그마저도 2013년 4월 심상정 의원이 주도하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가능했다.
피해자 인정 문제는 더 심각하다. 크게 두 가지다.
첫째, CMIT/MIT 피해자 대다수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인정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결과 폐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환경부가 CMIT/MIT제품만 사용한 사람 5명을 피해자로 인정하기도 하였지만 그 뿐이다.
이번 기회에 CMIT/MIT사용 제품 피해자 인정 문제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정미 의원실이 '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건강영향연구(II)'라는 자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 수준에서 MIT에 노출될 경우 폐를 포함한 호흡기 계통 또는 전신적으로 심각한 독성학적 악영향이 유발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2016년 2월에 나온 자료이고, 환경부에서 받았다.
당시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이정미 의원실에 서면으로 CMIT/MIT가 폐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동물실험결과는 안 나왔지만, 사람이 몸으로 직접 피해를 입증한 것이 CMIT/MIT의 유해성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나.
둘째, 폐섬유화말고 다른 질환이 생긴 피해자는 3단계 혹은 4단계 판정을 대부분 받았다. 정부는 1~4단계로 나눠서 피해자를 판정한다. 1단계는 가습기살균제가 폐손상을 일으킨 게 거의 확실할 때, 2단계는 가능성이 높을 때다. 가능성이 낮을 때는 3단계, 거의 없으면 4단계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서 보상하는 건 1-2단계에 속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만이다. 이 분들에게는 의료비, 장례비, 간병비, 생활자금 등이 지원된다. 반면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지금까지 없었다. 3-4단계 피해자들 가운데에서 사망자가 나오고, 폐섬유화말고 다른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피해자 특별 구제 계정을 통해 3-4단계 피해자들에 대해 긴급 지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3-4단계 피해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더 밝혀져야 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