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2014년 7월 28일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의 이름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꾸고 오해 소지가 있는 시설·업무관행도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때문에 간첩 조작 사건 관계자들은 국정원의 개혁 과제에 합신센터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우성씨는 "이름만 바뀌었지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 너무 닫혀 있는 곳이라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르는 게 사실이다"라며 "합신센터가 간첩을 가려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180일 동안 변호인의 도움도 받지 못하며 조사를 받는 건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씨는 "통제 자체가 안 되는 (합신센터라는) 곳을 국정원에서 독점해 운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라며 "법무부, 통일부 등 다른 부처와 민간단체가 함께 견제하며 합신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국정원이 합신센터를 독점하는 한 어떤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걸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유씨 등 여러 간첩 조작 사건을 맡은 장경욱 변호사도 "국정원은 (합신센터를 통해) 모든 탈북자를 잠재적 간첩 혐의자, 잠재적 첩보대상으로 취급한다"라며 "조사 시설을 개선하고, 조사 기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국정원이 합신센터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 법무부나 통일부를 통해 충분히 (탈북자를 관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처벌 받지 않는 국정원... "'조작=애국' 생각 버리게 해야"현재 활동 중인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 대상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의혹'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상이 유씨 사례에 한정돼 있고, 개혁 방향도 명확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장 변호사는 "다른 간첩 조작 사건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또 조사 내용 중 합신센터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라며 "단순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다른 곳으로) 이관하는 것 정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정원이 합신센터를 갖고 있는 한 대공수사권이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언제든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그런데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상황만 봐서는 합신센터를 조사할지 아직 불명확하다. 그게 천명되지 않고 있다"라며 "합신센터가 핵심이다. 그게 (개혁이 안 되면 국정원 개혁은) 전부 말짱 도루묵이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참여연대·민변·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민들레)는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탈북민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해 국정원이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있는데, 최근 이혜련씨 등은 어쩔 수 없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과거 탈북민 간첩 사건에 대한 조작 여부를 전면적으로 재조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준식의 경우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재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간첩 조작과 연관된 이들의 처벌도 해결돼야 할 문제다. 지금껏 여러 차례 간첩 조작 사건이 발생했지만, 관계자가 처벌된 일은 극히 드물다. 유씨 사건에서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직원들 정도가 유일하게 처벌받은 사례다.
그나마 검찰의 꼬리자르기식 수사로 윗선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김보현 대공수사국 과장에게만 유일하게 징역형(4년)이 내려졌다. 더 윗선인 이재윤 대공수사처장과 권세영 대공수사국 과장, 이인철 중국 선양 총영사관 영사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검사들은 검찰 내부에서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이시원·이문성 검사 정직 1개월, 최성남 검사 감봉 1개월).
뿐만 아니라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3분 사과' 후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 빈축을 샀다. 남 전 원장은 지난 3월 "(유씨 사건은) 간첩이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받은 사건"이라고 말하며 당시 사과가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발표하면서도, 남 원장을 그대로 국정원장 자리에 앉혀둬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