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소장 <통감부래안>.
이태룡
일제가 '폭도(수괴)'라 했던 '의병(장)'에 대해 사형집행 명령한 문서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의병정신선양중앙회 부설 의병연구소장 이태룡(62) 박사가 번역하고,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회장 김시명)이 펴낸 <통감부래안(統監府來案)>이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일제통감부(이후 조선총독부)는 대한제국 의정부(오늘날 국무총리실,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에 사형선고자 의병 108명의 사형집행을 명령한 문서를 보냈는데, 그것이 '통감부래안'이다.
'통감부래안'은 1909년 11월부터 1910년 8월 29일(경술국치) 직전까지의 문서다. 일제통감부 통감은 우리나라 의병장·의병에 대하여 해당 법원의 일본인 검사장에게 사형집행 명령을 하고, 이를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에게 '통보(通報)'했다.
한자로 되어 있는 문서를 이태룡 박사가 이번에 한글로 번역하고 주석을 붙여 책으로 펴냈다. 이태룡 박사는 규장각에 의병 관련 귀중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 번역작업했다.
이 박사는 30여년 동안 국사편찬위원회·국가보훈처에서 간행한 책이나 국가기록원 소장의 판결문, 의병장이 남긴 각종 기록, 일제의 기록을 통하여 의병의 삶을 연구해 오고 있다.
이 책은 신국판으로 207쪽 분량이다. 역주한 내용과 주요 내용은 원문을 영인하여 실었다. 이 기록물의 원명은 <통감부래문(統監府來文)>이지만, 표지명은 <통감부래안(統監府來案)>이라 했다.
책의 크기는 가로 19cm, 세로 26.5cm이고, 478쪽 분량의 필사본이다. 이 문서에는 사형이 선고된 128명의 판결문 주요 내용과 행적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 의병장과 의병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 의병(장)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강사문(姜士文) 의병장은 일제로부터 사형(교수형)이 선고되자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으로 보일까봐 아예 공소를 하지 않았다.
강윤희(姜允熙)·맹달섭(孟達燮)·안계홍(安桂洪)·양윤숙(楊允淑)·정일국(鄭一國) 의병장은 오늘날 고등법원이었던 '공소원'에 공소했다가 이를 취하하고 죽음을 택했다.
박사화(朴士化)·엄해윤(嚴海潤) 의병장은 탈옥에 실패하자 공소를 취하하고 순국했다. 이 책에는 이런 의병(장)의 기록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