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뷰티풀 군바리]여성의 가슴은 여러 장면에서 적극 부각된다
네이버 웹툰 [뷰티풀 군바리](설이/윤성원)
군 폭력 문제를 책임감있게 다루겠다는 2015년 당시 작가의 발언이나, 비슷한 시기에 성 상품화를 문제 삼아 연재중단을 청원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한 평론가의 글 또한 이 지점에서 무효가 된다.
텍스트 비판이 작가의 의도에 상반되는 엉뚱한 방향이라 지적하기 전에 텍스트의 방향이 그 의도와 맞게 설정되었는지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옳다. <뷰티풀 군바리>가 '군 폭력 문제'를 상세히 다룬다고 보기에는 2006년의 무대를 2017년의 현실로 연결해 줄 세밀한 설계는 부족하고, 여성을 매개로 한 유희적 오락거리는 과하다. 그리고 그 둘이 합쳐질 때 작품이 구현하는 '10년 전의 군부대'는 고발보다 전시의 성격이 강하다. 작가 개인의 진실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2. 여군 설정은 가치중립적인가?논쟁이 되는 설정 '여군'이 과연 가치중립적인 '군인'인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만화적 설정으로서 여성 입대나 여군부대 같은 소재 자체가 비윤리적인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설계됐고 또 재현되어 가는지는 그와 별개의 문제다.
이미 언급했지만 여군에 대한 상상력이 한정적이고 편향적이다. 만화가 여군 캐릭터를 조명하는 방식은 다양한 컷으로 부각된 여성의 신체와 진부한 '여성성'으로 제한된다. 가령 조교와 동료들의 질투를 유발하고 '왕찌찌'라는 별명을 만들어내는 주인공 수아의 풍만한 가슴은 남성에게는 부재한 '대중적으로 수용 가능한 섹슈얼리티'의 상징물로 존재한다. 이는 현 사회의 젠더 지형을 확인케 한다.
반면에 여군 징병이 현실화된다면 복잡한 문제로 자리하게 될 생리나 임신 등의 문제는 '고참 생리대'나 '휴가 시 피임' 정도의 단순한 대사 몇 마디로 뭉뚱그려진다. 후임의 가족 구성원(여성)을 소재로 한 성희롱과 협박이 실제 군 폭력 이슈의 한 부분인데도, 수아의 오빠에게 관심을 보이는 상경 류다희의 모습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을 기반으로 귀엽게 그려진다.
그러면서도 만화 속 내무반의 전반적 모습은 작가가 경험한 남성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다.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 상상을 통해 여성을 호출하는 불균형이다. 현실의 젠더 권력적 시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여성을 군대로 옮겨 담았다는 점에서 작품은 단순한 남녀의 반전이나 충격요법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단순히 현실에서 이행 중인 다양한 여성혐오의 '군대 버전'이 된다.
그 과정에서 현실의 여군을 지워낸다. '여성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일반적 비난 뒤에서, 역설적으로 '쓸모없는 존재'라며 인터넷 댓글 창에 소환되는 여군 장교의 현실이 사라진다. 5명 중 1명꼴로 성폭력에 노출되지만 고발 자체가 극히 희소하다는 여군 대상 성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락만화가 사회문제를 다루어야 할 의무는 물론 없다. 그러나 사회문제를 비판적 사유 없이 오락의 소재로 전유하는 건 그와 다른 문제다.
여성들이 군대에 다녀오면서 "남북 관련 뉴스도 보다 냉정히 받아들였다"라거나 "병역비리 연예인의 옹호 글"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식의 내레이션은 여성에 대한 편견적 시선을 부추긴다. 또한 제대 남성의 어긋난 보상심리를 부추기는 동시에 '특권자'와 '쓸모없는 존재'를 오가는 모순적인 생각을 복제한다.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여군의 가슴과 엉덩이가 여군을 성폭력으로 밀어 넣는 남성 중심적 시선권력을 답습하는 동안 만화의 설정은 가치중립에서 점점 멀어진다.
3. 연재중지는 적절한 처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