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의원실 방문 이후 진선미 의원 측에서 지난달 28일 경상북도 측에 보낸 공문.
김성욱
주민들이 국회를 다녀간 다음날인 28일, 진선미 의원 측은 경상북도에 공문을 보냈다. 다음은 해당 공문의 일부다.
"2. 최근 청도군 삼평1리에서 마을회관 신설 및 경로회관(삼평리 270-1) 사용을 두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송전탑 찬성 주민들을 주축으로 한전의 지원금으로 건립한 새 마을회관을 반대 측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을이장이 경로회관에 임의로 자물쇠를 설치해 반대 측 주민들은 경로회관 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로한 주민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어 주민들의 건강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3. 경로회관은 삼평1리 경로회 소유의 재산으로, 주민 일부가 임의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이 위험한 상황인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경상북도와 청도군에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부탁드립니다."진 의원 측은 공문을 통해 경상북도와 청도군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후 진 의원은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대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위원으로서 한전 측의 불법용역경비 배치, 폭력적인 행정대집행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만나게 됐다"며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아 늘 죄송스런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저를 다시 찾아주신 주민들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진 의원은 이어 "폭력적으로 반대 주민들을 밀쳐내며 결국 송전탑은 세워졌고 한전은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주민들을 분열시켰다. 송전탑을 다 지은 한전은 떠났지만 상처와 갈등은 여전히 주민들의 몫"이라며 "이제라도 정부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다시 주민들의 삶을 복원해나가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송전탑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년간 어떻게 국민의 삶을 짓밟았는지 보여주는 한 상징"이라고도 했다.
인터뷰 내용을 그날 저녁 전해 들은 이은주씨는 "정말 의지할 데가 없었는데 이렇게 바로 답이 와서 고맙다. 여기 할머니들이 바랐던 게 그리 큰 게 아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미화씨도 "절박함 속에 다시금 찾아간 거였는데...감사할 따름"이라고 말을 흐렸다. 할머니들도 소식을 듣고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일, 경상북도 측에서 진선미 의원실에 보내온 답변서 중 일부.
"마을에서 총회를 거쳐 (구)경로회관 폐쇄 결정 후 여러 차례 철탑반대 주민들에게 설득과 면담(군수, 면장)하였으나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행정기관에서 어느 한 쪽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철탑반대쪽 주민들의 불편이 있더라도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로 상호화합 차원에서 (신)경로 회관 이용을 유도하여 예전과 같은 정이 넘치는 마을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지속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겠습니다."경상북도 측은 "행정기관에서 어느 한 쪽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답변서 내용을 들은 조봉연 할머니는 "그래서 지금 이 경로회관을 써도 된다는 거요, 안 된다는 거요?"하고 되물었다. 주민들은 말이 없었다. 할머니들은 다시 근심에 찬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