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귀 빨래터를 치우고서 신을 스스로 빨래한다. 이러고서 신나는 물놀이.
최종규
부채를 두 손에 쥐고서 두 손에 부채를 하나씩 쥐고서 부채질을 합니다. 곯아떨어진 두 아이가 여름밤에 시원하게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크게 팔을 저어서 부채질을 하기도 하고, 가볍게 팔을 놀리며 부채질을 하기도 합니다. 자다가 밤에 문득 일어나서 부채질을 하기도 하는데, 요새는 때때로 선풍기를 틉니다. 큰아이가 아홉 살이던 지난해까지는 선풍기로 재운 일이 없이 늘 부채로 재웠어요.
올들어 때때로 선풍기를 쓰기는 하되, 웬만한 때에는 으레 부채입니다. 선풍기가 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부채를 손에 쥐면 아이들 몸에 맞추어 조금 세게 부치거나 살몃살몃 부쳐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채질은 무척 조용하면서 따사롭구나 싶어요. 더운 여름에 웬 따사로움을 찾느냐 싶을 만한데, 에어컨 바람보다 부채질 바람이 땀을 한결 잘 식혀 준다고 생각해요.
겉절이 담그다가 씻기다가아침에 배추를 썰어서 절여 놓았습니다. 배추를 썰면서 쌀겨로 풀을 쑤었지요. 낮에 읍내 우체국을 다녀오고서 저녁을 차려 아이들을 먹인 뒤에는 큰아이부터 씻는데 작은아이는 아직 씻어 주어야 합니다. 한창 겉절이 양념을 하다가 부랴부랴 작은아이를 씻기고는 다시 겉절이 양념을 썰고 갈고 다집니다.
온 하루를 신나게 뛰어논 아이들은 먼저 꿈나라로 갑니다. 나는 절인 배추에 양념과 풀물을 붓고는 천천히 버무려서 겉절이를 마무리짓습니다. 마무리지은 겉절이는 김치통에 옮겨서 냉장고에 넣습니다. 설거지를 다 끝내고 시원하게 씻으니 뼈마디마다 욱신거리지만, 이튿날부터 새 김치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달게 꿈나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