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시작된 체험전은 2010년 이후 전국의 동물원에 유행했다.
전채은
체험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중반 즈음이었다. 그때 체험행사는 주로 동물원, 백화점, 지하철 역사 같은 곳에서 일회적으로 하는 행사였다. 행사를 주관하는 업체는 주로 평소에 보지 못하는 파충류를 전시하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한 백화점에서는 개장 이후 선착순으로 아이들에게 햄스터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후 체험행사는 모든 동물대상으로 확대되었다. 햄스터, 기니피그, 토끼, 뱀 등 파충류 만지기부터 염소, 사슴, 토끼 등에게 먹이주기까지 종류가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일시적 행사에서 상시적 행사로 바뀌었다. 2010년 이후에는 거의 동물원마다 유행하기 시작했다. 어느 동물원에 가도 먹이주기 행사를 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동물원은 20세기 중반 이후 환경운동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자연을 가두고 학대한다는 혐의였다. 동물원 측은 동물원이 종 보전 기관이며 종 보전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교육기관이라고 대응했다. 종 보전과 교육, 동물원이 가진 순기능이었다.
그런데 종보전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반면, 교육기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준이 구체적이거나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어야 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동물에게 끌린다. 전 세계 유명 동화는 동물을 의인화한 것이 많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멀리서 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접촉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상시에 만날 수 없는 동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곳이라면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가는 이유다.
체험행사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동시에 동물원의 입장에서도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다. 원숭이 한 마리, 기린 한 마리를 들여오는 것보다 염소 한 마리 들여오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야생동물은 관리도 어려우며 환경이 좋지 않으면 번식도 잘 못한다. 그러나 염소, 양, 토끼, 햄스터, 기니피그는 가격도 싸고 번식도 잘한다.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서도 위험하지 않다. 동물원마다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체험행사에 주력하게 된 이유다.
동물들 굶기며 체험전시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