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 저자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가 5일 통영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해 있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득(98) 할머니를 찾아 손을 잡았다.
윤성효
이어 김복득 할머니를 찾았다. 통영에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군 '위안부' 진상규명'을 위한 갖가지 활동을 해왔다. 통영지역 학교에 장학금을 내놓기도 했으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을 내놓기도 했다.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할머니는 마침 간병인이 해준 기저귀를 갈아 입고 누워 있었다. 조금 전 통영여고 학생들이 와서 할머니와 지내다 돌아간 뒤였다. 병실에는 학생들이 써온 격려글과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먼저 송도자 대표가 할머니를 안으며 얼굴을 파묻었다. 간병인은 "할머니는 처음 오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송도자 대표는 알아본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자주 들르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할머니는 눈을 멀뚱거렸다. 송 대표가 할머니의 귀에 대고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에 대해 몇 마디 소개를 했다.
잠시 뒤 할머니는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왜 눈물이 나느냐. 할 말이 있으면 하시라.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면 가슴에 응어리가 진다"고 했다. 할머니는 송 대표의 귀에 대고 무어라 말을 몇 마디 뱉었다.
송 대표는 "오신 분이 누군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일본인이라고 하니까 하시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것 같고, 그래서 눈물이 난다고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는 김복득 할머니의 손을 한참 동안 잡고 있었다. 송 대표는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에 대해 "우리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일본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고 책도 내시니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는 "김복득 할머니도 처음에는 말씀을 잘 하시지 못하신데, 눈빛으로 느끼는 것 같다"며 "문옥주 할머니도 처음에는 '위안부'에 대해 인터뷰를 했을 때 싫다며 거부했고, 말씀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옥주 할머니는 '위안부'로 있으면서 '군사우편저금'에 들어 놓았고, 인터뷰를 거부해서 '할머니 군사우편저금에 들어 놓으셨지요'라 말하자 그 때부터 '그렇다'고 하시면서 말문을 여셨다"고 했다.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는 문옥주 할머니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문옥주씨의 군사우편저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모임'을 만들어 군사우편저금 반환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활동을 할 때, 일본에서도 항의가 있었다. 당시 어떤 남성이 전화를 걸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항의를 했고, 그래서 그 남성의 부인을 바꿔달라고 해서 통화를 좀 길게 하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이해가 어느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 일행은 병실에서 30여분 을 지낸 뒤 다음 일정을 위해 나왔다.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 일행이 병실을 나오려고 하자 김복득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오른손을 가슴까지 올려 흔들어 주었다.
모리카와 마치코 작가는 이날 오후 3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교육관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 행사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