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공간성을 탐구한 이경재의 신간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
소명출판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는 이경재가 자신의 주장을 현실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소설 속 배경이 된 공간과 장소를 찾아 떠돈 기록이다. 머리와 발이 동시에 고생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저서. 해서 이 책은 '땀의 편력기'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이 교수는 그간 <단독성의 박물관>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읽기> <재현의 현재> 등을 내놓으며 성실성을 인정받은 문학연구자다. 이번에도 이경재는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의 완성을 위해 그 성실성을 십분 발휘했다.
많은 한국 문학의 공간적 배경이자 평소 그의 생활공간인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본 것은 물론이고, 중국의 북경, 장춘, 하얼빈, 미국의 뉴욕과 일본의 삿포로,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베트남의 까마우까지 펜과 노트북을 들고 헤맸다. 열정과 탐구심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해내기 힘든 작업이 분명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통해 이 교수는 최서해와 한설야, 이기영과 이효석의 문학을 '만주'라는 키워드로 탐구했고, 이상과 이광수, 유진오와 이범선, 이문구와 최인호의 소설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재해석한다.
김사과, 이기호, 해이수 등 비교적 젊은 한국 소설가가 '장소'를 사유하는 방식을 연구한 '공간체험의 변화-무장소성의 등장'도 흥미롭게 읽힌다. 동년배 작가들의 익숙한 이름 탓일 것이다.
본격적인 문학평론서임에도 무겁지 않은 이유<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 중 가장 즐거운 '독서 체험'을 내게 제공한 부분은 '아시아의 도시'로 명명된 마지막 6부다. 이경재는 삿포로와 블라디보스토크, 이스탄불과 까마우에서 직접 찍은 사진까지 동원해 '즐거운 책읽기'라는 선물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통상의 문학평론서는 낯선 전문용어와 딱딱하고 학술적인 문장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압박감을 줘왔다. 이 교수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본격 평론이라기보다는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수필에 가까운 6부를 '보너스 트랙'처럼 배치한 센스가 돋보인다.
한 권의 책으로 교양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보고 싶은 사람, 문학평론가가 안내하는 소설 속 공간으로 올여름 휴가를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를 정중하게 권한다.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 - 미쓰비시 사택에서 뉴욕의 맨해튼까지
이경재 지음,
소명출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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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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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에서 삿포로까지, 문학 속 '공간'을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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