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1996년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교육위 수석전문위원의 심사보고서 내용. 기간제교사의 양산을 우려하고 있으며, 임용시험에 합격한 예비교사들의 활용을 제안하고 있다.
김행수 편집(원자료 국회 교육위원회)
사실 기간제교사 제도가 처음 도입되던 1996년 교육부도 이 제도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 시절 정부 입법으로 기간제교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는데 여기에 함께 제출된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심사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자.
"任用待期中(임용대기중)인 豫備敎員(예비교원)을 期間制敎員(기간제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期間制敎員(기간제교원) 任用(임용)의 지나친 확대는 敎育(교육)의 安定性(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적정규모를 초과해서는 안될 것이며, 私立學校(사립학교) 등에서 財政上(재정상)의 이유로 期間制敎員(기간제교원)을 확대하여 교육의 質的低下(질적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1996.11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의 기간제교사 제도 도입 관련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법률 심사 보고서 일부)기간제교사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재정 등을 핑계로 기간제교사를 무분별하게 늘려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발령을 기다리는) 임용 대기 중인 예비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현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현재 3천여 명이라는 임용고시 합격 후 발령대기자들을 필요한 자리에 근무하게 하면 문제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임용 고시 합격 후 발령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해결할 수 있고, 합격 후 3년 미발령으로 합격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불안도 없앨 수 있다. 특히, 초등교원의 경우 특별한 과목 구분이 없기 때문에 임용고시 합격생을 기간제교사가 아니라 정교사로 발령을 낸 후 정교사가 복직을 하더라도 학교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훨씬 더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전체 교원의 3%~5% 정도(휴직 교원수)에 해당하는 정교사 정원을 더 채용할 수 있다. 어차피 누가 하든 사람만 바뀔 뿐 해마다 이 정도는 교사들이 휴직하는 것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로 치면 1만2천에서 2만 명 정도에 해당한다.
기간제교사를 두고 '교사가 되고 싶으면 임용고시를 합격하라'는 한쪽의 비아냥은 애초에 나올 여지가 없어진다. 또한, 이 방안은 전체 교원수를 늘리지 않고, 추가적인 예산 투입 없이 채용할 수 있는 추가 정교사의 숫자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 경력 기간제교사 임용 트랙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떤가모두가 아는 것처럼 (특별한 예외 사유가 아니면) 일반 노동자들은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 의제 조항이 적용되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는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서 기간과 사유를 별도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 때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지난 2일 발표한 서울교육청의 학교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 발표 때에도 기간제교사들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현행법으로 따지면 기간제교사들에게 2년 의제 조항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2년 또는 4년을 근무한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임용고시를, 사립학교법은 공개 경쟁 채용을 신규교사 임용 절차로 못 박고 있기 때문에 기간제교사를 이런 절차 없이 정교사로 전환하려고 하면 특별법과 같은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해 보인다.
물론 과거에 국립사범대 졸업 후 임용 발령을 받지 못하거나 군복무로 인하여 발령받지 못하였다가 특별법으로 구제되어 발령된 미발추나 군미발추 사례에서 보듯 특별법 같은 조치를 통하여 정교사로 전환할 수도 있다. 또, 시국사건 등으로 해직된 교사들을 특별채용한 사례에서 보듯 교육공무원법은 2년 이상 교육경력이 있으면 교사로 특별채용한 선례도 있다(사립학교법에는 이런 특별 채용 조항이 없어서 사립학교 특별 채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근무하는 4만6천여 명의 기간제교사, 나아가 시간강사까지 포함하면 5만5천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교사 전체를 정교사로 전환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은 경력 기간제교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즉 임용고시와 다른 별도의 임용 트랙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즉, 일정 수준의 신규 교사를 교원 경력 2년(기간제교사 포함) 이상을 가진 교원 중에서 별도로 임용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임용고시와 같은 선발 방식이 될지 아니면 다른 방식이 될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2년을 근무했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정교사로 발령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교사의 능력은 임용고시 성적으로 대변되는 시험 점수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즉, 기간제교사로서의 근무 경력도 충분히 교사의 능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간제교사로 근무하면서 현재의 임용고시를 통해 정교사가 되라는 것은 정교사 포기하라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정교사가 되기 위해서 노량진에서 몇 년을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고집하는 것도 예비교사들에게도, 기간제교사들에게도, 그리고 기간제교사들에게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All or Nothing'. 둘 다 아니라면 그나마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이 일정 정도 기간제교사 경력을 가진 기간제교사들끼리의 별도 트랙으로 필기시험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정교사를 채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면 안 된다현재 기간제교사 문제 해결은 임용고시 선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더욱 꼬이고 있다. 선발 정원이 축소된 게 '기간제교사의 정교사 전환을 위한 음모'라고 분개하는 예비교사들과 '똑같은 일하면서 차별받는 것도 서러운데, 전환도 안 되면서 욕만 먹고 있다'는 기간제교사들은 혼란스러워보인다.
이 문제를 이 두 당사자 간, 나아가 이미 근무하고 있는 정교사와 기간제교사의 대립으로 몰아가면서 불구경만 하고 있다면 교육 당국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기간제교사나 예비교사들의 잘못이 아닌 정부 교원 정책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간제교사나 예비교사 모두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먼저이다.
사립학교의 불법적인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하도록 당장 지도감독해야 한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후 발령 대기 중인 예비교사들을 발령 내고(혹시 당장 정교사로 발령되지 않더라도) 이 기간만큼은 임용 유예기간에서 제외하는 것도 당장 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처럼 OECD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을 진행하면서 한시적으로라도 경력직 기간제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임용 트랙을 도입 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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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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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 손놓은 정부, '불구경'이 제일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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