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여성이 자신의 가게에서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자. 많은 언론사가 가해 남성이 무직이었으며 빚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이 중요한 이유인 양 다루었다. 심지어 한 방송사는 SNS 계정으로 '카드빚 600만 원 때문이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뉴스를 공유했다.
SNS 갈무리
그리고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에서 그런 일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며칠 전 한 여성이 자신의 가게에서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다룬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자. 많은 언론사가 가해 남성이 무직이었으며 빚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이 중요한 이유인 양 다루었다. 심지어 한 방송사는 SNS 계정으로 '카드빚 600만 원 때문이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뉴스를 공유해 마치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이 경제난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소득은 없는데 빚만 있는 상황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처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여성이 백주대낮에 칼을 들고 남성이 혼자 있는 사업장에 잠입해 성폭행을 시도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 기억으론 전혀 없다.
내가 질문하고 싶은 건 생활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데 왜 누구는 자력구제를 택하고 누구는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냐는 것이다. 가해자가 무직에 빚까지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의 인과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가해 남성이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피해자가 홀로 일하는 여성이라는 점을 알아내고, 손님으로 위장해 예약까지 할 정도로 치밀한 계획을 세웠음을 떠올려 보자.
가해자가 그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범행을 저지르리라 마음을 먹었을까? 애초에 그가 혼자 일하는 여성을 자신이 손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취약한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벌였을까? 말하자면 이번 사건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으로 대표되는 남성에 의한 페미사이드(Femicide)의 전형이지 결코 경제난이 불러온 비극이 아니다.
범죄의 원인을 직시하지 않는 것이 유해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