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인터넷뉴스방송 SUN TVHD이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폭행 동영상 캡쳐 사진. 동영상에서는 마을주민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아동납치 장기매매 용의자로 오해한 두 남성을 집단 구타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남성들은 확인결과 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SUN TVHD 페이스북
'사건' 자체가 헛소문에 가까워 이번 마을주민 집단폭행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한 야당활동가가 올린 페이스북 글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3명의 베트남인들이 아이들을 납치해 눈과 장기를 적출하고 살해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글을 지난달 28일경 올렸다.
그는 "나는 인종주의자는 아니지만, 무고한 아이들에게 이들이 저지른 행동은 증오한다" 한다고 적었다. 그가 올린 글은 삽시간에 조회 수 6만을 넘겼고, 전국에선 또 다른 피해사례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안관광도시로 유명한 시하누크빌은 물론이고, 제2도시 바탐방과 파일린에서도 아이들이 납치되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비슷한 시기, 수도 프놈펜에서도 여러 건의 유사 사건이 제보됐다. 결국 현지경찰이 나서 시내 초·중·고 학교에 경찰들을 대거 배치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수사결과 접수된 사건 대부분이 허위신고이거나 오해로 빚어진 단순사건 사고였다. 확인되지 않은 이 같은 소문들을 확산시키는데 인터넷 개인뉴스방송들도 한 몫 거들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대부분의 사건에 베트남인들이 연루되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상상하기조차 께름칙한 범죄소식에 그 범인이 베트남계라는 소문까지 덧붙여지자, 평소 반베트남 정서를 갖고 있던 현지 국민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근거 없는 소문들이 일파만파 전국으로 확산되자, 현지 언론들이 사태진압에 나섰다. 뒤늦게나마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사건들을 정리하고 진상을 밝히기 시작했고, 현지경찰당국도 최근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한 아동납치범죄사건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경찰발표대로 이 사건범죄의 중심에 베트남인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소문 역시도 진실이 아니었다.
악의적인 소문을 낸 이 야당활동가는 현재 경찰에 연행돼 수사를 받는 중이다. 그가 올린 문제의 페이스북 글은 이미 삭제된 상태다. 경찰관계자는 이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는 1~2년형에 처할 수 있으며, 500불~1000불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언론보도와 경찰발표 이후 4~5일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국민들의 불안감도 사라지고 다소 진정된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경찰의 발표를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인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범인으로 의심하는 댓글들이 SNS상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한 시민은 경찰이 베트남 출신 용의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