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연합뉴스
대통령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누누이 강조하셨죠? 군사적 효용성이나 동북아 안보지형에 미치는 영향, 한미 간 합의의 적법성 등 사드 배치의 본질적 문제들을 외면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불안했지만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 건 등에 대해 "충격적"이라느니 "국기문란"이라느니 하면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한다기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성주 주민들은 사드 장비가 불법적으로 반입되었기 때문에 이를 일단 반출하고 입지타당성 조사가 포함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 장비 반출은 고사하고 입지타당성 조사가 배제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진행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사실상 그대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기 배치된 사드 장비의 임시운용을 위한 보완공사, 이에 필요한 연료 공급, 주둔 장병들을 위한 편의시설 공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사드 배치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선언이고 환경영향평가는 한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불법을 그대로 용인하겠다는 것이자 국정농단세력의 '사드 대못박기'가 성공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4기의 발사대 추가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죠. 그런데 북이 ICBM을 발사하자 단 하루 만에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발표하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문제라더니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드를 모두 배치한다면 도대체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다른 게 무엇입니까?
이 보도를 보고 멘붕에 빠진 주민들은 말합니다.
"박근혜한테 귀싸대기 맞고 문재인에게 뒤통수를 맞았다."<조선일보>가 사설로
"황급히 사드 배치,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나"고 조롱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인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일입니다. 수구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원칙과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지요.
이제 <조선일보>는 살판났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를 꺾었으니 이제 최전선이자 마지막 진지인 소성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그들의 최우선적 임무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벌써부터 마을에 상주하면서 사드 관련 기사들을 쏟아내는 이유입니다.
주민 모욕과 분열 조장한편, 7월 28일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발표하면서 "사드체계 배치로 영향을 받게 된 지역에 대한 적절한 지원 대책을 시행할 것이며, 주민들이 원하는 경우 사드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 검증과 공청회"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는 모두 사드 배치를 전제로 추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방부가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명분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지원이든, 안전성 검증이든, 공청회든 필연적으로 주민들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 언제 주민들이 지원 대책을 요구했습니까?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정부가 이런 식으로 주민을 모욕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도 되는 것입니까?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6.25전쟁이 일어난지도 모를 정도로 평화롭던 마을에 난데없이 사드를 들여와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살던 대로 살게 내버려 두라는 것입니다.
사드 배치는 비핵평화체제의 꿈 날리는 최악의 수문재인 대통령님!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 이것이 대통령님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큰 구상이시죠?
그래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과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이를 대화와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아울러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셨죠. 또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도록 하는 성과를 내셨죠. 이어 베를린에서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하셨죠.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넘어서는 것이고, 베를린 구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선언보다 종합적이고 진전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통령님의 이런 정책과 성과를 모두 지지하고 환영합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 결과에는 성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북 선제공격적 한미동맹의 강화, 나아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라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는 위의 성과들과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런데 이번 사드 미사일 추가 배치 결정은 서로 모순되는 결과가 야기한 이 위태로운 줄타기에서 결정적으로 독소조항들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대통령님이 혼신의 힘을 다해 얻었을 성과들을 무력화해 버리게 될 것입니다.
사드는 미국 MD의 핵심 무기체계 중 하나로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 자체로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는 것입니다. 이는 곧 한국이 미일 MD 및 동맹의 하위파트너가 되어 중국을 대적하는 한미일 동맹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드 배치는 작년 7월에 대통령님이 말했던 득보다 실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국익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점에서 백해무익한 일입니다. 이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과는 차원이 다른 안보 위기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결정을 통탄스럽게 생각합니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북이 1차 핵실험을 단행했던 2006년을 떠올려 봅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동요하여 대북 강경책으로 기울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에 단호히 반대하면서 대북 화해 협력 기조를 유지하도록 한 사실 말이죠. 그 결과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했던 것 아닌가요? 지금 대통령님에게는 그런 정도의 권위와 영향력을 갖는 분이 주위에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네요.
큰 정치적 자산 가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