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찾는교회 김종훈 신부
지유석
신학적 오류, 시대·사회적 통찰 빌려 넘어서야
- 예장합동이 이단성 시비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한다고 보는가?"임 목사의 이단성은 예장합동 교단 내 이단대책위의 입장일 뿐이다. 이게 교단 전체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임 목사에 대한 이단성 주장이 교단 안에서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유통되고 있는 데 문제를 느낀다.
어떤 공동체든 특정한 주장에 대해 다양한 반론과 논쟁이 일기 마련이다. 또 이런 과정이 있어야 건강한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장합동 교단 안에서 이단성 시비에 대해 아무런 반론이나 논쟁이 없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아마 그분들이 임 목사를 이단으로 결론을 내린다 하더라도 임 목사의 목회활동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분들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번 이단 시비는 내부통제용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다. 지나친 표현일 수 있겠지만 굉장히 치사한 방식이다.
성소수자는 교리적으로 딱 이렇다 못 박기 어려운 의제다. 그보다 겸손한 태도로 시대와 사회의 지성 및 학문과 소통해 나가야 한다.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편견과 신학적 오류, 오해들에 대해 학문이나 시대·사회적 통찰에서 나온 지혜를 빌려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성서에 적힌 몇몇 구절의 한계와 오해를 넘어설 수 있는 시대적, 지성적 풍요로움이 있는데 왜 그런 걸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 말씀을 들으니, 예장합동 교단이 임 목사 다음 목표로 신부님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의 시선으로 볼 때 나 역시 이단일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단성 시비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지금 누구와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여긴다. 난 내 안에 소수자성이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하는 건 내가 우월하거나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리고 혹시나 예장합동이 이단 시비를 걸어오면 성공회가 이를 좌시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 세계 성공회에서는 성소수자 관련 논의가 금기시 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성공회는 이 의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세계 성공회는 이 의제에 입장을 정리 중이다. 참고로 성공회는 '비아 메디아(vie media, 중도의 길)' 정신에 입각해 확정적 입장을 내놓지 않는 전통이 있다. 일단 결혼에 대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결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미국, 캐나다 등 진보적인 그룹이 이런 입장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정체성으로 인한 어떠한 차별, 혐오, 소외, 배제 등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내 사목활동은 바로 이런 맥락에 근거를 두고 있되, 결혼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성공회는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 명확한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 의제에 대한 교리적 판단과 무관하게 성소수자를 죄인 다루 듯하거나 차별하려는 시도는 반대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다. 물론 성공회 안에서도 보수성향이 강한 분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차별과 혐오까지 수긍하는 분들은 흔치 않다. 내가 성공회 사제라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 현 상황을 볼 때 예장합동이 앞으로도 무리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 목사는 연대가 절실해 보이는데, 신부님은 따로 연대할 계획이 없는지 궁금하다. "내 입장은 분명하다. 임 목사가 사회적 약자 취급을 받는 이들과 함께 있는 한, 나 역시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존중을 떠나 그 자리가 내가 서 있을 자리이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가 서야 할 자리도 여기일 것이다.
최근 교회가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이게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착각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시혜를 베푼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함께 한다는 마음이다. 성공회 안에서도 임 목사 일에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또 임 목사가 공연한 오해를 받고 공격 받는다면 보고만 있지 않고 발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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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 현대판 십자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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