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교육이 진행중인 강당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김종훈
6년차 예비군인 기자는 향토방어를 위한 작전훈련인 향방작계훈련을 고향인 경남 거창의 육군부대에서 받았다. 서울 집을 이사하는 사이 고향 집으로 주소를 이전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실내 학과인 '예비군 동원 절차' 교육이 시작됐다. 동원령이 발령되면 예비군들이 어떤 절차를 거쳐 소집돼 군에 편입되고 예비군 각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이다.
"5·18, 촛불집회 상황에서 동원령 가능, 무장소지·과격시위니까"예비군 30여명 앞에 선 교관은 "동원령이 언제 내려지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어 "5·18 민주화사태, 광화문 촛불집회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관이 말한 '5·18 민주화사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화문 촛불집회'는 지난해 10월말부터 매주 이어진 비선측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혹은 하야를 요구한 촛불시위를 일컫는 게 명백했다.
교관이 빔프로젝터로 게시한 문구는 다음과 같다.
동원령 선포가 가능한 예- 적 또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무기를 소지한 자를 소탕·경계하기 위해- 경찰력만으로는 진압 또는 대처할 수 없는 무장소요의 경우 예정했던 교육이 진행되고 질문 시간에 기자는 손을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광화문 촛불집회를 동원령이 발령 가능한 예시로 들었는데, 두 사례에 참여한 시민들이 적 또는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들에 해당되느냐'는 요지로 교관에게 물었다.
교관은 단호히 "안 되죠"라고 답했다. 교관은 "경찰력만으로 진압 또는 대처할 수 없는 무장소요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광화문 촛불집회가 빔프로젝터로 게시한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교관은 이어 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 들고는 "자동차 열쇠로 사람을 치면 '흉기소지'가 된다"며 "무장소지라는 것은 각목을 들고 이렇게 하는 것, 주로 무장시위 같은 걸 할 때 죽창을 들고 찌른다. 과격시위 같은 것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동원령이 발령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교관의 설명에 기자는 '촛불집회에선 시민들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예로 든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예비군 교육을 하며 그 같은 사례를 든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관은 "그럴 것 같다. 예를 잘못 든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교관은 다시 "그런데 교관이 알기엔 일부는 과격시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부적절한 예시를 들었다고 인정을 했지만, 촛불시위가 과격했고 따라서 크게 틀린 예시는 아니었다고 항변한 셈이다.
박근혜 퇴진 요구 촛불시위가 평화적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100만명이 넘게 참가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지만 별다른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세계적으로도 평화 시위 사례로 널리 인정받았다. 당시 <오마이TV> 생중계 보도 때문에 거의 매 주말 집회현장을 지킨 기자가 알기에도 교관이 말한 과격시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