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면 어사리 최장갑·황인해 씨 부부세 번의 사업실패 후 억대선박 소유 선장·식당 사장으로 인생역전하다
이은주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 작은 어촌마을에서 태어난 어부의 아들 최장갑(54·선장)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업인 어업을 뒤로한 채 1980년대 초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어획량이 줄어 어업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생각이었다. 3대째 이어야 하는 가업을 포기한 채 최씨는 어촌을 떠났다.
직장을 다니며 20여 년 간 도시생활을 하던 최 씨는 같은 직장에서 강화도 처녀 황인해(51·서부면 어사리 장미수산 대표)씨에게 한 눈에 반한다. 그는 3년의 구애 끝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부인 황 씨는 최 씨가 무뚝뚝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모습에 반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던 황 씨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남편의 보호(?) 아래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왔다.
세 번의 사업실패와 귀향, 그리고 인생역전도시에서 행복한 삶을 이어갈 것만 같았던 이들 부부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번번이 이어진 사업실패. 가전제품 판매, 의류판매 등 세 번의 사업에 도전했지만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하면서 좌절을 겪게 된 최 씨는 어촌으로 귀향을 고민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아버님의 병환으로 인해 귀향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최 씨는 부인 황 씨를 설득했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했던 부인은 낯선 어촌에서의 삶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다. 먼저 귀향하게 된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이혼까지 생각하던 황 씨는 아이들을 위해 속아보자 하는 마음에 남편을 따라 어촌마을로 오게 됐다.
부인 황 씨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누구나 불안감을 갖기에 처음에는 어촌에서 사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고향처럼 편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언제 적응하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 이어질 것 같던 부부에게 바다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줬다. 귀향 후 아버님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부부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아버님의 대를 이어 어부의 삶을 시작했다.
어릴 적 떠나 온 바다이기에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았던 어촌 생활은 뼈 속까지 어부의 아들이었던 최 씨에게는 금방 익숙한 삶이 되었다.
최 씨는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논과 밭을 둘러보고 어선을 타고 고기잡이에 나선다. 만선을 꿈꾸며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부인 황씨는 어사리 바닷가 한 귀퉁이에 하우스로 마련한 수산물 판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먹을 줄 만 알았지 직접 살아있는 우럭 등 물고기 회를 뜬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황 씨는 처음에는 아나고에 물리고 갑오징어에 베여 손가락에 피가 흘러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도시처녀였던 황 씨에게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삶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능수능란한 솜씨로 회를 뜨고 맛깔 난 국물 맛을 자랑하는 우럭 매운탕을 끓인다. 입맛을 자극하는 싱싱한 해산물과 매운탕을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단골손님들이 찾고 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그렇게 10여 년을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 1997년 비닐 하우스로 시작했던 수산물 판매장은 번듯한 건물이 됐다. 여기에 수산물 식당을 운영하며 기반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