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새벽, 울산 고공농성장에서 공연 중인 가수 박준(오른쪽)?연영석 씨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감동 제대로였어요. 음향도 정말 빵빵하고요. 2리터 짜리 생수병으로 3시간 넘게 두드려댔더니 팔이 빠지려고 합니다. 밑에서는 힘드니까 편한 자세로 들으라고 하는데, 박수를 얼마나 쳤는지..."성호씨가 "감동~ 감동~" 을 연발한다. 그가 연대동지들의 응원을 받을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박준씨가 <나그네 설움>, <흙에 살리라> 등 '뽕짝'도 불러주어 정말 즐겁고 신이 났다고 했다. 전영수씨는 고맙기도 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못 싸워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영수씨는 이 날 처음 본 가수 연영석씨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목소리 톤이 정말 좋아요. 새벽에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멋지더라고요. 진짜 반했습니다.""죽으려고 올라가는 거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음악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느껴졌던 전영수씨는 알고 보니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했다고 했다. 드럼을 치면서 보컬도 했다고 했다. '음악 폐인'이었던 영수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락밴드를 좋아해서 '부활', '시나위', '백두산' 등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큰 형님이 디제이를 하셨는데, 월드 팝 음반을 선물로 주셨어요. 락밴드 발라드 곡들이었는데, 그때부터 거기에 빠졌습니다. 지금도 좋아해요."영수씨는 자신이 좋아했던 가수 김광석, 김현식, 유재하씨가 빨리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 했다. LP판을 많이 모았는데, 자신이 갖고 있던 유제하 LP 음반을 둘째 형이 친구에게 '팔아먹은' 대한 성토도 한다. 노래패를 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니 민중가요 는 자신이 했던 음악과는 다르다며, 요즘은 노래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와서 밑에서 손도 흔들어주고, 옷도 올려주고 간다고 했다. 영수 씨는 고공농성이 결정되고 나서 고민 끝에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제가 최고로 힘들 때 만난 사람이에요. 다 망해먹고 잘못 살았다 생각할 때 내 옆을 지켜준 사람이죠. 이 사람한테는 거짓말 안 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비자금 한 번 챙긴 적 없었고요. 얘기했는데, 많이 놀라더라고요. 안전해서 올라가는 거라고, 같이 살려고 올라가는 거지, 절대 죽으려고 올라가는 거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고공농성 초기에는 고공농성이 "괜찮다" "안 괜찮다"를 갖고 많이 다투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아내를 생각하면 그저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