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 1,700여명이 행정관 앞에서 성낙인 총장 퇴진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위한 집회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학생들은 대학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투쟁을 계속했다.
서울대저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성낙인 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행정관 점거를 진행했던 학생들에게 사상 초유의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8명의 학생들에게 무기정학을, 4명의 학생들에게는 6개월에서 12개월의 유기정학을 내렸습니다.
민주화 이후 서울대 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와 수위인 '최악'의 중징계입니다. 거기에 더해 4명의 학생들에 대한 형사고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저를 비롯한 주요 학생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불법 채증과 사찰 자료가 총장실과 보직교수 사무실에 놓여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번의 중징계는 예견된 참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의 농성을 진압하기 위해 뿌려졌던 물대포와 사지가 들려 농성장 밖으로 내던져진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대학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외쳤다고 내려진 최악의 징계사태. 그러나 저를 비롯한 서울대 학생들은 이 징계가 부당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정당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여전히 투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치활동 탄압하는 서울대, 절차 어겨가며 '제멋대로' 징계저를 비롯한 12명의 학생들이 징계를 받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바로 지난해 10월 10일 전체학생총회에서 결정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투쟁했기 때문입니다. 학생총회의 결정에 따라 본관을 점거했고, 대학공공성을 파괴하는 시흥캠퍼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광장에 나가 유인물도 나눠주었고, 총장님이 계신 곳에 찾아가 피켓을 들거나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말라고 직언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난방이 차단된 차가운 농성장에서 겨울을 보냈고, 에어컨이 차단된 숨 막히는 농성장에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총장님을 만나기 위해 총장실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했고, 결국 함께 단식농성을 하신 부총학생회장은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그래도 총장님은 우리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총장님은 우리를 만나지 않았지만, 늘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다는 것을요. 피켓을 들거나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학생들을 총장님은 유심히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이름, 학과, 학번, 지도교수, 학생회 활동 경력과 정치 성향까지.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했다는 '블랙리스트'가 총장실 책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불법사찰이 아니냐며 따졌고 총장님은 "사찰은 아니고, 어떤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라고 시켰다"고 답하셨습니다. 작년 10월 12일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21일, 12명에 대한 징계처분이 통지되었습니다. 사유는 '총장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구호를 외친 것', '행정관에서 농성을 진행한 것' 등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활동이 무기정학의 근거가 되는 곳. 서울대학교의 현실입니다.
서울대의 징계가 이중잣대라는 논란도 있습니다. 대학원생 제자에게 8만장의 도서를 스캔하라고 했던 '스캔노예'사건의 교수에게 서울대는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통지했습니다. 여제자와 여직원에게 성추행과 성희롱, 각종 막말과 갑질을 일삼은 사회대 H교수에게 인권센터는 3개월 정직 처분을 권고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