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런 풍광의 경북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권성훈 시인이 그리워하는 공간이다.
경북매일 자료사진
보통의 사람들에게 영덕은 일렁이는 동해 물결과 특산품 대게로 기억된다. 그러나, 권 교수에게 대게는 맛있는 음식이 아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존재'인 자신을 투영시키는 시(詩)의 재료가 됐다.
영덕 대게의 몸과 영혼을 "바다의 수갑이 푸르게 조여 왔다(권성훈 시 '여보세요, 바다가재 씨'의 한 대목)"면 권 교수를 멀리 경기도 수원에 머물게 하며 귀향을 방해하는 수갑은 뭘까? 그것은 바로 어떤 인간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생활'과 '먹고산다는 것의 엄정함'일 것이다.
15년 전 문예지 <문학과의식>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권 교수는 유년 시절 자신의 곁에 함께 했던 존재를 소재로 시의 날개를 보다 넓게 펼치려는 노력을 현재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다. 그의 시엔 유독 '바다', '짙푸른 숲', '막막함을 던져주는 저물녘 해변' 등이 자주 등장한다.
길었던 불혹(不惑)의 터널을 지나 이제 곧 지천명(知天命)을 맞을 권 시인에게 물었다. 시 외에 어떤 것으로 고향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싶은지. 이런 구체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영덕의 산과 바다 그리고, 옛 기억을 돌려줄 고향의 음식을 찾아 기록하고, 사진 찍고, 산문을 쓰면서 영덕을 알리는 기행문을 출간하고 싶다."시를 쓰며 예술가의 삶을, 문학평론을 하면서는 연구자의 인생을 사는 권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겐 고향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인간은 누구나 떠나온 공간을 그리워하며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귀소 본능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고향에서의 삶이란 우물 같은 것이다. 거기는 무궁무진한 생명의 샘이 넘쳐나는 삶의 원형적인 장소라는 게 변함없는 내 생각이다."대구·경북과 '보수'라는 단어를 떠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