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톤 폐기물 알고도 부영 손 들어준 인천시, 특혜 행정 논란

송도테마파크 조건부 통과... 5개월 내 환경영향평가 가능할지 의문

등록 2017.07.28 16:38수정 2017.07.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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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지난 2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부영그룹(이하 부영)이 제출한 '송도테마파크 도시관리계획 세부시설 결정(변경)안'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도시계획위원들이 테마파크 부지 지하에 매립돼있는 폐기물 수십만톤 전량 처리를 부영에 주문했고, 부영 또한 전량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시가 '전량 처리를 승인 조건으로 거는 것은 사업자에게 부담'이라며 도시계획위원들의 주문을 반영하지 않고 처리해, 특혜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날 심의를 앞두고 부영이 투자 축소 논란을 야기했던 지상주차장을 줄이고 지하주차장을 늘리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져, 매립지 토양오염조사와 지하 폐기물 처리 대책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다. 송도테마파크 부지는 과거 비위생 매립장이었다. 대우자동차판매(주)가 부지를 인수하기 전 한독이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매립 공사를 진행할 때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 등 각종 폐기물이 수십만 톤이나 매립됐다.

부영에 앞서 테마파크 개발을 위해 대우자동차판매(주)가 2008년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송도테마파크 전체 부지(49만 9575㎡) 중 폐기물이 매립된 면적은 약 25만 5200㎡다. 깊이는 최대 1.5m로, 총35만 2833㎥에 달하는 폐기물이 매립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도시계획위원들은 이날 심의 때 '폐기물 전량 처리'를 조건으로 넣자고 했지만, 시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요구라며 위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폐기물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으로 대충 넘겨버려, '제2의 청라 매립지 폐기물 사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라 매립지 사태는 청라지구 내 터파기를 안 한 지역에 여전히 폐기물이 매립돼있는 사태를 일컫는다.

시는 사업계획 변경안이 도시계획위를 통과했기에 하반기에 교통ㆍ교육ㆍ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 짓고, 올 연말 실시계획 인가까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영은 서울대학교 연구팀에 의뢰해 토양오염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 결과는 8월 말께 나올 예정이다. 토양오염 조사 결과 테마파크의 오염 수치가 토양환경보전법상 '우려' 이하 수준으로 나오면 사업 추진에 큰 문제가 없지만, '대책(심각)' 수준이 나오면 유원지 부지로 부적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토지이용계획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도시계획을 다시 수립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도시계획위도 다시 열어야하기 때문에 토양오염조사 결과가 나오면 심의하자고 했지만, 인천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송도테마파크, 청라 '폐기물 방치' 전철 밟나


'폐기물관리법' 2조를 적용하면, 송도테마파크 부지에 매립된 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로 분류해 사업장생활계폐기물ㆍ사업장일반폐기물ㆍ지정폐기물ㆍ건설폐기물로 각각 선별해 처리해야한다. 하지만 매립된 지 30년 이상 지나 분리ㆍ선별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침출수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는 만큼, 토양오염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전량 분리 선별해 처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심의 때 '폐기물 전량 처리'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음에도 불구, 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으로 부영 쪽에 힘을 실어줬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없던 청라지구에서 수많은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언제든 폐기물 처리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시가 이번에 송도에 이를 답습할 길을 열어 놓았고, 특혜 행정을 베풀었다"고 성토했다.

2008년 대우자동차판매(주)는 단 3곳에서만 토양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뒤 환경영향평가서에 '토양 문제없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지 절반에 해당하는 면적 지하에 수십만톤에 달하는 폐기물이 매립돼있는 만큼, 당시 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입장이다.

장정구 정책위원장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매립 폐기물을 전량 처리하고,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주변지역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정밀조사한 뒤 정화해야한다"며 "쓰레기가 묻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다면 인천은 쓰레기 도시일 수밖에 없다. 환경영향평가 때 매립 폐기물 전량 처리를 환경부에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12월까지 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 가능할지 의문

도시계획위 심의 다음 절차는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 교육영향평가다. 부영은 올해 12월까지 이 세 가지 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실시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한다. 실시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면 사업은 무산된다.

교통영향평가와 교육영향평가는 3개월이면 마무리할 수 있지만,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통상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부영이 남은 5개월 안에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하고 실시계획을 제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와 부영은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대상이기 때문에 약식 평가가 가능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환경영향평가법 32조에 따르면, 사업계획 등을 승인하거나 사업계획 등을 확정한 후 5년 이내에 착공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협의하게 돼있다.

송도테마파크 사업의 경우 2008년 8월 대우자동차판매(주)가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를 완료하고, 2008년 11월 3일 실시계획인가를 받았지만, 그 뒤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에 재협의 대상이다.

환경영향평가법에 약식 절차가 있긴 하지만, 송도테마파크가 이에 해당할지는 미지수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본안 평가도 약식으로 안 하는데 재협의 평가를 약식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법에 약식 절차가 있긴 하지만, 송도테마파크 사업이 이에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는, 신ㆍ구 개발계획을 보기 전까지 의견을 내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송도테마파크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지 10년 됐다. 2008년 당시 개발계획과 현재 송도테마파크 주변 송도신도시 상황 등을 비교해봐야한다. 이를 확인하려면 사업자가 여건 변화 검토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데 아직 제출 받은 게 없어, 약식 절차 대상인지 아닌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영 #인천시 #송도테마파크 #한강유역환경청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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