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보 선착장에서 발견된 실지렁이를 와인잔에 담아 보았다.
김종술
금강에 '실지렁이 산책로'가 개설됐다. 실지렁이가 다니는 길은 아니다. 실지렁이가 숨어있는 길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15일 충청지방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 삽시간에 내린 폭우에 금강의 수위가 불어났다. 장맛비는 금강의 강바닥에 쌓인 시커먼 펄들을 상당수 하류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4대강 시설물에 그대로 쌓였다. 공주보 선착장에 쌓인 시커먼 펄이 대표적인 경우다.
26일 물 밖으로 떠밀려 온 시커먼 펄을 살펴봤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있어야 할 실지렁이가 강바닥에 살더니, 이제는 산책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수십 마리의 실지렁이를 발견했다.
장맛비가 그치고 햇살이 뜨겁다. 이날 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와 대전충남녹색연합 양준혁 간사와 함께 공주보를 찾았다.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은 최근 불어난 물에 유입된 펄흙이 뜨거운 햇살에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