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큰사진보기 ▲J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챙겨먹은 약이준수 "저 어쩌면 입원할지도 몰라요." 며칠 전부터 J는 입원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급식줄을 서면 손에 꼭 약이 들려있었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밥 먹고 30분 뒤에 복용하면 되는데 일부러 약을 덜렁덜렁 흔들며 다가왔다. "콜록콜록, 병원에서 폐렴이래요." J는 천식을 달고 게릴라전에 뛰어들었던 체 게바라처럼 비장했다. 자기 몸 아픈 걸 온 동네에 소문내고 다니기에 덥석 안아줬다. 그제야 차분하게 줄을 섰다. 관심받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그가 갑자기 변했다. 수요일부터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입원하기 싫다는 의사를 비쳤다. 입원 홍보를 열심히 하던 그가 입장이 바뀐 건 금요일 '과자집 만들기' 때문이었다. '과자집 만들기'는 아이들이 한 학기를 기다려온 미술 수업이었다.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지붕과 창문이라니, 아이들은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의 집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었다. 더구나 지난주에 모둠별 사전 협의를 거치며 구체적인 작품 계획이 모두 나왔기에, 과자집은 당장 손에 잡힐 듯 눈에 아른거렸다. J는 "나아야 되는데, 나아야 되는데"를 되뇌며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었다. "선생님, J 데리고 삼척 병원에 갔다 올게요. 내일부터 입원할 수도 있어요." 목요일 오후, J가 교실 전화기로 통화를 하다 말고 수화기를 내밀었다. 받아보니 어머님이었다. 입원한다는 J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대화하는 내내 전화기 옆에 바짝 붙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아들은 엄마의 사실 확인에 기가 팍 죽었다. 어깨가 축 처진 꼬마는 내일 진짜 과자집 만들기 할 거냐며 교실을 나섰다. 그런데 웬걸, 오늘 아침에 보니 녀석이 씨익 웃으며 앉아 있었다. "쌤! 의사 선생님이 많이 나았대요. 약 좀만 더 먹으면 된대요." 과자 더미 속에서 J는 지팡이 사탕을 양손에 쥐고 앞니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초코 웨하스를 와작와작 씹어먹는 행복한 소년 J. 과자집을 만들랬더니 자기 몸을 고쳐왔다. 과자를 배 터지게 먹은 다음 날에도 배탈 없이, 기침소리 없이 싱글벙글 등교했다. 때로 재미있는 수업은 약이 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과자집 추천5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이준수 (leejs12345) 내방 구독하기 <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게임 좋아하는 아이들, 이건 특히 열광하는데요 구독하기 연재 로또교실 다음글30화60명 미만은 없애라? 교육부의 가혹한 정책 현재글29화"병원에서 폐렴이래요"라던 학생, 그에게 '약'이 된 수업 이전글28화속상한 'B급 선생'... 교원성과급은 '분열'이다 추천 연재 난 늙을 줄 몰랐다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 "사과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날 서점은 눈물바다가 됐다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SNS 인기콘텐츠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한강, 노벨상 수상 후 첫 공개행보 "6년간 책 3권 쓰는 일에 몰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병원에서 폐렴이래요"라던 학생, 그에게 '약'이 된 수업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31화"잔치국수 지린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경험한 '급식체' 30화60명 미만은 없애라? 교육부의 가혹한 정책 29화"병원에서 폐렴이래요"라던 학생, 그에게 '약'이 된 수업 28화속상한 'B급 선생'... 교원성과급은 '분열'이다 27화카네이션이 꽂혀야 하는 자리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