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련희씨 명함 앞뒷면
라영수
하나는 서울 연락처이고 또 하나는 평양 연락처다. '평양시 모란본구역 긴마을 1동 17반 7층 3호'. 자신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평양시민'이다. 김련희씨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북 양쪽에 주소를 두고 있다.
영문으로 된 뒷면에는 서울 주소만 있다. 이 김련희씨는 남한보다는 세계가 더 주목하는 평양 아줌마다. 김씨처럼 평양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이제까지 흔치 않았다. 그래서 북한 소식에 목말라 하는 남한과 세계 언론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남한 사람들은 북한이 얼마나 못 살고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나쁜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다. 그래서 탈북자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먼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김련희씨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한마디로 '신선'하다.
김씨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만들어야 한다. 당국의 가이드 라인대로라면 연예인 못지 않은 방송인이 되어 고정 출연을 하며 부와 명예를 쌓는다. 그러나 김씨에게는 그런 신기루 같은 기회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탈북 비용(브로커에게 지불하는 돈)을 제하면 빚쟁이가 되어 평생 겪어보지 못한 자본주의 구렁창에 내던져지고 말았다.
김씨는 북한 인민들의 생활을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북풍이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 벌거벗고 떠는 을씨년스러운 사람들이 아니라, 사연과 정으로 얽힌 사람들과 이웃과 마을들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북한이 잘못하는 것까지 잘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저 사람이 북한에 다시 가면 혼나지 않을까 싶은 말도 서슴없이 한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통화도 한다고 한다. 김씨는 잘못해서 남한에 왔고 다시 평양으로 가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알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