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광을 위해 방 2개와 거실을 정남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김창엽
하지만 어떤 건축주가 싸구려 집을 원할까? 비교적 저렴할망정 새집이 값싼 집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단가가 저렴할 수 있었던 데는 시공팀의 배려도 있었고, 나 또한 시공팀의 입장을 어느 정도 헤아려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가 중간에 다른 일감이 생기면 시공팀이 내 집을 짓는 걸 중단하고 다른 공사 현장에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비운 날짜가 20일 안팎이다. 시공팀 입장에서는 양쪽 현장을 뛰면, 그만큼 일하는 날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시공팀장은 나의 뜻을 십분 이해하고 나의 새 집을 지을 때 최선을 다하곤 했다.
또 하나. 저렴하거나 혹은 합리적인 시공 단가였기 때문에 시공팀에게 항상 선금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상호 신뢰가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 엄마가 법률 관련 쪽에서 일하는데, 공사비로 인한 다툼이 예상외로 많다는 걸 여러 차례 귀로 흘려들은 적 있다. 하지만 내 경우 지금껏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세'에 지장이 없는 건축 재료라면 고급을 고집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목조주택의 바깥 벽면에 '사이딩'이라는 시공을 하는데, 보통 세라믹 소재가 비싸다. 하지만 안전이나 미관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대신 가격은 저렴한 재료를 선택했다.
'괜찮은' 집을 지으면서도, 건축비를 줄 일 수 있는 묘수가 또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공팀과 호흡을 맞추는 것, 이와 함께 서로 기초적인 신뢰를 쌓는 게 내 집 짓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땅도 마찬가지지만, 내 집을 한 채 얻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집과 사람이 인연을 맺는 것이다. 이 인연은 때론 혼인보다 중요할 정도이다. 집 잘못 지으면 속앓이를 할 수도 있고, 큰 병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서민들이 마냥 집 짓는데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는 형편 아닌가.
새집과 제대로 인연을 맺으려면, 우선 시공담당자들과 최소한 악연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미신이나 징크스 문제가 아니다. 집을 짓고 사는 건 스포츠로 치면 단순히 기술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종의 '멘탈 게임'과도 같다. 집짓기를 잘못하면 돈도 잃고, 마음도 상한다는 점을 꼭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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